흰 머리칼까지 형태 그대로 보존
이탈리아 폼페이에서 2,000년 전의 무덤과 사람 유골이 발견됐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덤은 고대 폼페이 도심에서 동쪽으로 1㎞ 떨어진 포르타 사르노 공동묘지 인근에서 발굴됐다.
정면을 기준으로 가로 1.6m, 세로 2.4m 크기의 무덤 내부 공간에서는 사람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유골도 발견됐다. 서기 79년 폼페이가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잿더미가 되기 전 사망한 이로 짐작된다. 시신을 미라로 보존 처리한 듯 두개골 부분은 흰 머리카락으로 덮여 있었고, 왼쪽 귀도 일부 형태를 유지했다. 시신을 감싼 옷의 직물 조각도 발견됐다.
폼페이고고학공원 측은 “지금까지 폼페이에서 발굴된 것 중 가장 잘 보존된 유골”이라고 밝혔다. 시신을 주로 화장 처리한 당시 장례 문화에 비춰 이러한 매장 방식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무덤에 새겨진 비문 내용 등으로 미뤄 유골로 발견된 인물은 생전 ‘비너스’(라틴어로 베누스) 신전을 관리하던 ‘마르쿠스 베네리우스 세쿤디오’라는 이름의 해방 자유민일 것으로 발굴팀은 추정했다. 고대 폼페이가 미와 사랑의 여신인 비너스에게 바쳐진 도시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셈이다.
발굴팀은 아울러 비문에 해당 인물이 “나흘간 라틴어 및 그리스어 연극을 개최했다”고 언급된 점을 근거로 고대 폼페이에서 라틴어 외에 그리스어 연극도 폭넓게 행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고고학 전문가인 마시모 오산나 전 폼페이고고학공원장은 “폼페이에 자리 잡은 그리스인과 그리스 문화의 존재를 증명하는 매우 흥미로운 단서”라고 짚었다.
화산 폭발 후 1천500여 년간 땅속에 파묻혀 있던 폼페이는 16세기 수로 공사 도중 유적이 출토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 현재 발굴은 과거 형태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까지 이르렀다. 지금도 고대 로마의 각종 유물·유적이 발굴되고 있을 정도로 그 숨겨진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