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앞에서 비치발리볼을,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승마를….
약 1,000일 뒤면 꿈 같은 낭만이 현실로 펼쳐진다. 100년 만에 파리로 돌아온 올림픽에서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2020 도쿄 올림픽 폐막식 중계를 마치자마자 프랑스 파리 곳곳을 소개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자정이 넘도록 연속 방영했다.
유럽 문화 중심지 파리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한 기대가 벌써 부풀고 있다. 파리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은 역대 세 번째이자 1924년 이후 100년 만이다. 스포츠 영화의 고전인 ‘불의 전차’가 바로 19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영국 육상 선수들을 그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올림픽 슬로건 ‘더 빠르게, 더 높게, 더 힘차게’를 공식화한 것도 이때다.
2024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파리의 유구한 건축 유산을 올림픽 경기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위가 공개한 경기장 이미지는 스포츠 팬들과 네티즌들을 잔뜩 설레게 한다. 노을 속에 조명을 밝힌 에펠탑 바로 앞에서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리며, 루이 14세가 건설을 지휘한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승마 경기가 펼쳐진다. 또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시장 그랑팔레는 펜싱과 태권도 경기를 개최한다. 5년 간 약 6,200억 원을 투입하는 리노베이션이 지난해부터 한창이다. 유도 경기가 열릴 마르스 광장 경기장, 양궁 경기를 치를 앵발리드도 말 그대로 ‘찍으면 그림이 되는’ 광경을 전 세계 올림픽 시청자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파리는 2017년 9월에 2024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와 경합을 벌이다 2024 파리, 2028 LA로 교통 정리가 됐다. 올림픽 인기가 예전만 못 하다지만 파리는 2012년 대회 유치에도 나서는 등 올림픽에 적극적이었다. 세 차례나 유치전에서 쓴 잔을 든 끝에 개최권을 따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취임하자마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유치전 전면에 나서는 등 국가적인 열망을 앞세워 100년 만의 파리 올림픽을 성사 시켰다.
유치전이 한창이던 2017년은 프랑스를 강타한 테러 공포가 가시지 않은 시기였다. 논란이 있었지만 프랑스는 “테러리즘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라도 파리에서 치러야 한다”는 주장을 밀어붙였다.
토니 에스탕게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주경기장에만 머무는 기존의 개막식 개념을 깨는 것도 하나의 아이디어”라며 “각국 선수단이 각각 배를 타고 센 강에 등장해 수십 만 관중의 환호를 받으며 이동하면 에펠탑과 노트르담 대성당, 루브르 박물관이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사상 첫 포스트 코로나 올림픽, 모두에게 열린 올림픽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양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