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피해 귀국길 오른 190명 탑승…빗길 미끄러지며 이탈
"50m 깊이 경사면으로 내려가"…전문가 "활주로 주변 안전공간 부족"
190명이 탑승한 인도 항공기가 폭우 속에서 착륙하다가 두 동강 나 18명 이상이 사망했다.
8일 힌두스탄타임스, ND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는 전날 오후 7시40분께 인도 남부 케랄라주 항만도시인 코지코드(옛 칼리커트)의 국제공항에서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출발한 에어인디아 익스프레스 소속 보잉 737 항공기는 착륙 과정에서 미끄러지면서 활주로를 이탈했고 이 과정에서 두 동강이 났다.
민간항공 담당 부장관(공식 명칭은 국무장관)인 하르디프 싱 푸리는 8일 오전 "이번 사고로 지금까지 1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에는 조종사와 부조종사도 포함됐다.
사망자 외에 150명 이상 병원으로 이송돼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 가운데 최소 15명은 중태라고 현지 경찰은 밝혔다.
이 항공기에는 어른 승객 174명, 유아 10명, 조종사 2명, 승무원 4명이 탑승했다고 힌두스탄타임스는 전했다. 에어인디아 익스프레스는 인도 국영 항공사인 에어인디아의 자회사이다.
애초 사망자는 14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다. 힌두스탄타임스와 더힌두는 사망자 수가 20명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항공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국제선 정기 항공편이 끊긴 가운데, 두바이에서 귀국하려는 인도 시민을 태운 특별항공편이었다.
당시 공항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사고 과정에서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NDTV는 이 항공기가 사고 직전 적어도 두 차례 이상 착륙을 시도한 끝에 활주로로 내려갔다고 보도했다.
아직 정확한 사고 경위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현지 매체 뉴스18은 착륙 장치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항공 당국은 성명을 내고 "항공기가 비가 오는 상황에서 착륙하다가 활주로를 지나쳐 비탈길을 내려갔으며 충돌로 인해 두 조각으로 부서졌다"고 말했다.
힌두스탄타임스는 "이탈한 항공기는 50m 깊이의 경사면 아래로 내려갔다"고 밝혔다.
코지코드 공항 활주로는 2천850m 길이로 평평한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주위에는 가파른 경사면이 있어 착륙하기 까다로운 곳으로 악명 높다.
이 때문에 이 곳은 '탁자 위(tabletop) 공항'으로도 불린다.
특히 활주로 옆면과 이착륙 끝지점에는 각각 150m와 200m의 안전공간이 필요하지만 이 공항에는 75m, 90m 공간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인도에서는 2010년 두바이를 출발해 남부 망갈로르 공항에 착륙하던 에어인디아 익스프레스 소속 보잉 737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불이 나면서 158명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항공안전 전문가인 모한 란가나탄은 힌두스탄타임스에 "망갈로르나 코지코드 공항은 모두 활주로 끝에 안전한 착륙을 위한 필요 공간이 마련돼있지 않다"며 "특히 비가 올 때는 착륙하기에 매우 위험하다고 당국에 10년 전에도 경고했다"고 말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사고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며 "당국은 모든 가능한 지원을 할 것"이라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