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가 국경분쟁 지역에서 충돌해 최소 20명의 인도군이 사망했다. 국경지대에서 크고 작은 군사적 대치를 계속해온 양국이 대규모 사망자까지 나올 정도로 격렬하게 대립한 건 45년만에 처음이다.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이자 핵보유국인 양국 간 충돌에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 육군은 17일 라다크지역 갈완계곡에서 이틀 전 벌어진 중국군과의 충돌로 최소 2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자국 군인의 정확한 피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인도 ANI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측에서도 4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충돌 당시 양측 간에 총격전은 없었지만 돌과 각목을 동원한 격한 난투극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 군대는 확전을 막기 위해 국경 인근에선 총기를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1962년에 국경 문제로 전쟁까지 치렀지만 여전히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3,488㎞에 이르는 실질통제선(LAC)을 사실상의 국경으로 삼고 있다. 이후 카슈미르와 시킴, 아루나찰프라데시 등 곳곳에서 영유권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초 라다크지역에서 난투극이 발생한 뒤 병력을 추가 배치했던 양국은 한달여만에 외교채널을 가동해 병력 퇴각 협상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양국 간 잦은 충돌로 부상자가 발생하기는 했지만 유혈사태에 따른 사망자 발생은 1975년 이후 처음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사건 직후 양국 정부는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충돌을 중국이 인도에게 보낸 경고로 보는 분석이 많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행하는 여러 제재에 인도가 동참하는 데 대한 중국의 적대감이 이번 충돌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몇 년간 인도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로 미국에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 정부는 최근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이나 호주산 보리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에서 보듯 혼란한 국내 상황을 강경한 민족주의에 기대 극복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양국 간 충돌 상황이 당분간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의 앤킷 팬더 선임 편집장은 “이번 사건은 양국 간 가장 심각한 위기 중 하나”라며 “2017년 인도ㆍ부탄ㆍ중국의 국경이 만나는 도카라(중국명 둥랑ㆍ부탄명 도크람)에서의 73일간 무력 대치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주목되는 건 긴장 속에서도 근근이 유지되던 양국 간 우호관계가 사실상 종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는 점이다. 해피몬 제이콥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교수는 CNN방송에 “이번 사건은 인도와 중국의 45년 우호관계를 끝내는 ‘게임체인저’”라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영토 수호 의지를 과소평가하지 말라”며 “이번 충돌의 전적인 책임을 인도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