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병원 위성사진 분석
하버드대 연구진 주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우한에서 이르면 지난해 8월부터 확산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정부가 세계보건기구(WHO)에 공식 보고한 지난해 12월31일보다 4개월이나 앞선 시기다.
ABC방송 등은 8일 하버드 의과대학 연구진이 우한 내 병원을 오가는 차량과 인터넷 검색어 추이를 분석해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연구진은 우한 내 병원 5곳 주차장의 고해상도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부터 주차된 차량이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우한에서 가장 큰 병원 중 하나인 티안유병원의 주차장을 보면 2018년 10월에는 171대였던 차량이 1년 후 285대로 67% 증가했다. 다른 우한 병원에서도 주차된 차량 수가 같은 기간에 약 90%가량이 증가했다. 이 같은 차량 증가세는 지난해 12월 정점을 찍었다.
연구진은 병원 주차장이 환자 수를 가늠하는 일종의 척도가 된다고 봤다. 몇 년 전에도 중남미 지역 병원 주차장 혼잡도를 분석해 독감철에 매우 바빠졌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다. 병원을 오가는 차량 증가세가 전적으로 코로나19 발병 영향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식 보고된 12월 전부터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이런 주장엔 인터넷 검색어 추이도 힘을 실어준다. 이번 연구를 이끈 존 브라운스타인 교수는 “중국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에서 ‘설사’나 ‘기침’ 같은 검색량이 급증한 시기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설사나 기침은 대표적인 코로나19 증상이다.
브라운스타인 교수는 “전염병의 초기 징후는 놓치기 쉬워서 미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져도 이런 신호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공공보건 관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 디지털 메디신에 기고한 이번 논문은 현재 동료 평가 과정이 진행 중이다.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 중국 정부는 “음모론이 너무 많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9일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 관련 연구에 대해 살펴보지 못했지만, 차량 통행량으로 이런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매우 황당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