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싸고 미·중 간 전방위적 충돌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측의 감정싸움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코로나19 관련 중국측 입장 발표에 대해 비속어 막말까지 써가며 강력히 성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중국의 어떤 미친놈(wacko)이 방금 수십만명을 죽인 바이러스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발 이 얼간이(dope)에게 이러한 전 세계적 대규모 살상을 저지른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의 무능이라는 것을 설명 좀 해주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중국의 어떤 입장 발표에 반응한 것인지 적시하지 않았지만, 궈웨이민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대변인의 발언을 저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궈 대변인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일부 미국 정치인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다며 책임을 전가하려 하는데 그들의 시도는 실패할 것”이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비슷한 입장을 냈다. 그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기원 문제를 정치화하는 것은 절대 지지 받지 못할 것”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평가 역시 WHO의 코로나19 방역 경험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업무에 대한 제언을 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보태고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20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 중국 정부를 ‘악랄한 독재정권’으로 칭하는 등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둔 중국을 향한 공격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는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8일 세계보건기구(WHO) 화상총회에서 ‘2년간 20억 달러 국제원조’를 약속한 데 대해 중국이 전 세계에 끼친 인적·물적 피해에 비하면 보잘것 없다고 직격하고 ‘투명·공개성’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하는 등 시 주석을 정조준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국을 비난하면서 시 주석을 직접 겨냥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팬데믹과의 싸움에 대한 중국의 기여금은 그들이 전 세계에 지운 비용에 비하면 쥐꼬리만 하다(paltry)”고 직격탄을 날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전염병은 대략 미국인 9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3월 이래 3,600만명 이상의 미국인이 실직했다“며 ”전 세계적으로는 30만명이 생명을 잃었다. 우리 추산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의 (대응) 실패로 인해 전 세계에 부과된 비용이 9조 달러 안팎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백신 연구에서부터 대비 노력, 인도적 지원에 이르기까지 국제적 대응에 도움이 되기 위해 약 100억 달러 규모로 대응했다”며 “이는 중국의 20억 달러와 비교되는 것이다. 나는 그들(중국)이 20억 달러 약속을 이행하는 것을 보기를 고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중은 지난 18일 열린 WHO 총회에서 코로나19 책임론 등을 놓고 정면충돌한 바 있다. WHO의 초청을 거부, 화상회의에 불참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WHO에 대해 ‘중국의 꼭두각시’라는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맹비난했다.
이어 심야트윗을 통해 WHO가 30일 이내에 ‘실질적 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미국의 자금 지원을 영구적으로 중단하겠다면서 회원국 탈퇴까지 시사한 내용의 서한을 공개했다. 이 서한은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앞으로 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