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검사서 양성 나와도 폐 이상 등 없으면 확진자 집계 안 해
"무증상 환자 비율 무시할 수 없어…방역 대책 수립 때 고려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중국 내에서 진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무증상과 경증 환자를 포함하면 코로나19 감염자가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의 퉁지의학원, 상하이 푸단대, 미국 하버드대 공동 연구팀은 의학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논문을 공개했다.
연구팀은 중국 보건 당국이 발표하는 확진자 통계 대신에 실험실 검사를 기반으로 코로나19 감염자를 추정했으며, 그 결과 코로나19 감염자가 중국 정부 발표보다 훨씬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국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더라도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나 폐 이상이 없으면 확진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반면에 연구팀은 무증상, 경증 환자 등 당국의 확진자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례를 '확인되지 않은' 사례로 분류해 감염자 추정치에 포함했다.
연구팀은 "우리는 우한 내 전체 감염자의 최소 59%가 무증상, 경증 환자 등 확인되지 않은 사례라는 것을 발견했다"며 "2월 18일까지 우한 내에서 2만6천252건의 확인되지 않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국 보건 당국이 발표한 2월 18일까지 우한 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3만8천20명이었다.
연구팀은 무증상, 경증 환자 등을 포함할 경우 전체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지난 1월 25일까지 이미 3만6천798명, 2월 18일까지는 최대 12만5천959명에 각각 이르렀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연구팀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무증상 환자의 비율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방역 대책 수립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례의 전파 경로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는 확진자 712명 중 334명이 무증상자였다.
앞서 SCMP는 중국 정부의 기밀문서를 근거로 중국 공식 통계에서 빠진 무증상 코로나19 환자가 4만3천여 명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학계와 보건 당국은 코로나19가 무증상 환자에게서 감염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후비제(胡必杰) 푸단대학 부속 중산병원 감염성질환과 주임은 무증상 환자로 인한 감염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것이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지는 중요한 요인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쭌여우 중국 질병관리센터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 중 무증상 환자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이들 또한 격리 대상이므로 무증상 환자가 감염을 확산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