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pandemic) 선언을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에 대응해 미국,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의 통화·재정 정책이 잇따르고 있다.
WHO의 11일 팬데믹 선언 이전부터 주요 국가들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정책 대응에 나섰다. 팬데믹 선언만 안 했을 따름이지 이미 팬데믹 우려에 맞서 행동해온 셈이다.
통화정책에서는 먼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가 강수를 뒀다. 연준은 지난 3일 기준금리를 종전 1.50~1.70%에서 1.00~1.25%로 전격 인하했다.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아닌 기간에 긴급히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처음이었다. 금리 인하폭 역시 0.25%포인트씩 조정하는 ‘그린스펀의 베이비스텝’ 원칙에서 벗어나 0.5%포인트를 내렸는데 이 역시 2008년 이후 최대였다.
이날 주요 7개국(G7)은 전화 회의를 연 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모든 정책수단을 다 동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다음 날인 4일에는 캐나다 중앙은행(BOC)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려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11일 특별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0.75%에서 0.25%로 0.5%포인트 내렸다.
한국이 11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듯이 코로나19에 대응한 각국의 재정정책도 속속 가동되고 있다. 당장 영국 재무부는 영란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 시점에 맞춰 300억 파운드 규모의 정책 패키지를 내놨다. 호주 정부는 12일 176억 호주 달러 규모의 부양책을 내놨다. 하루 전에는 24억 호주 달러 규모의 보건 예산 패키지를 먼저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처를 위해 83억달러 규모의 긴급 예산을 편성한 미국은 세금 납부 유예 등 추가 지원책도 논의 중이다. 코로나19의 피해가 큰 이탈리아도 250억 유로의 긴급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유럽연합(EU)은 250억 유로의 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으며 헝가리도 피해 산업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을 예고했다.
코로나19가 상당히 많이 퍼진 일본은 최근 중소기업에 대한 무이자·무담보 대출 결정에 이어 일부 가계에 대한 현금지원 방안을 담은 긴급 경제대책을 추가로 검토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커지면서 미국은 본격적인 경기 부양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앞서 코로나19의 충격을 제일 먼저 받은 중국은 그 전부터 각종 재정, 통화 정책을 동원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