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이달 2주 동안 판매된 승용차 대수가 전년동기 대비 92%나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중국 실물경제의 충격이 숫자로 드러난 것이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 집계를 인용해 2월1일부터 16일까지 중국 승용차의 하루 평균 판매량이 2,249대에 그쳤다고 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9,090대에 비해 92% 줄어든 것으로 사상 최대 감소폭이다. CPCA 측은 이달 판매량이 약 70% 감소하고 올해 첫 두달간 40%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이미 지난 1월 승용차 판매량도 전년동기 대비 21.6% 감소한 169만9,000대를 기록하는 등 코로나19의 타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경기둔화와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중국 자동차 판매는 3년 연속 하락을 향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자동차 소비 진작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20일 다른 정부부처와 협력해 자동차 판매 안정과 수요에 따른 전염병 영향 완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판매 회복을 위해 전기자동차 구입 보조금을 올해보다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는 중국 여행산업과 글로벌 항공업체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중국여행연구원은 올해 자국 여행업계의 매출이 전년 대비 20.6%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1,800억위안(약 202조원) 줄어드는 것이다.
특히 올 1·4분기에만도 여행산업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69%나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올해 중국 국내를 여행하는 연간 인원도 지난해에 비해 9억3,200만명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항공사들의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항공사들의 올해 매출이 293억달러(약 35조3,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IATA는 2020년 세계 항공 여객 수요가 4.1%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코로나19의 여파를 감안해 0.6% 감소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수요 감소를 예측한 것이다.
위기에 직면한 항공사들은 몸집을 줄이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식으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중국 하이난 지방정부는 현지 4위 민영항공사인 하이난항공(HNA)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해 항공사 자산의 상당 부분을 다른 중국 항공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홍콩 캐세이퍼시픽은 전 임직원에게 3주 무급휴가를 지시했고 한국 아시아나항공도 10일간의 무급휴직을 결정했다. 싱가포르 DBS은행의 폴 융 애널리스트는 “규모가 작은 일부 업체는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김기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