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분 전’서 20초 더 당겨져… 1947년 ‘7분 전’이래 ‘종말’ 최근접
“이란·북한 핵 갈등 미해결 악화” 온라인상 허위정보도 문제 지적
핵위협과 기후변화로 인류가 최후를 맞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지구종말 시계가 100초 전으로 당겨졌다.
1년 전에는 2분 전이었으나 이제는 측정 단위가 초 단위로 진입한 것이다. 1947년 지구종말 시계가 생긴 이래 ‘종말’에 가장 근접한 시간이다.
이 시계를 관장하는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23일 워싱턴DC에서 100초를 남겨둔 지구종말 시계를 공개했다. 지난해 2분 전에서 20초 더 당겨진 것이다. BAS는 “핵의 영역에서 지난해 여러 군축 협정과 협상이 중단되거나 약화됐고 이란 및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관련한 정치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젊은 층의 대규모 시위 덕분에 향상됐으나 정부의 조치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BAS는 온라인상의 허위정보도 거론하면서 “지난해 많은 정부가 사이버상의 허위정보 캠페인으로 평화를 증진하고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레이첼 브론슨 BAS 회장은 “100초 남았다. 우리는 이제 세계가 재앙까지 얼마나 다가갔는지 시간 단위도, 심지어 분 단위도 아닌 초 단위로 표현하게 됐다. 지구종말 시계가 마련된 이후 가장 종말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지구종말 시계 공개 행사에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등도 참석했다.
지구종말 시계를 앞당길지는 BAS 이사회가 노벨상 수상자 13명을 포함한 인사들에게 자문을 얻어 결정한다. 지구종말 시계는 1947년 종말 7분 전으로 시작했으며 핵보유국 행보 및 핵개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되다가 2007년 기후변화가 새 위협요인에 추가됐다.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한 1953년에는 2분 전까지 갔다가 미소 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된 1991년에는 17분 전으로 늦춰지는 등 매년 조정이 이뤄졌다.
특히 2017년 북한이 잇단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자 이듬해 1월 지구종말 시계가 2분 30초에서 30초 당겨지기도 했다. BAS는 2019년에도 2분 전을 유지하다가 올해 20초를 더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