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자에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허용한 플로리다주에 다른 주는 물론 외국에서 백신을 맞으러 오는 방문자가 늘고 있다.
겨울철 따뜻한 날씨와 서핑, 쇼핑으로 여행자들이 몰리는 플로리다에 '백신 투어'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플로리다에 별장을 갖고 있거나 단기 거주하는 미국 내 다른 주 주민과 외국인은 물론 단기 여행자들도 백신 접종을 위해 플로리다로 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플로리다주가 지난달 23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비거주자를 그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캐나다 토론토의 자가용 비행기 서비스업체 모멘텀제트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위한 미국 여행을 알아보는 캐나다인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 회사 부회장 자넬 브린드는 WSJ에 "플로리다로 여행하려는 고객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예약을 했다면 당일치기로 귀국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일치기 왕복 여행 가격은 2만5천∼8만달러 사이다.
토론토의 여행자보험 중개회사인 트래블시큐어의 마틴 파이어스톤 회장은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미국 남부 여행자가 30% 급증했다며 "고객들이 이미 첫 번째 백신 접종을 했거나 예약을 하는 과정인 것 같다"고 말했다.
중남미의 비공식 미국 수도로 불리는 마이애미에는 남미 출신 백신 투어가 늘고 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아나 로센펠드(66)는 딸과 갓 태어난 손주를 보러 마이애미에 온 김에 백신까지 맞았다. 여권과 여행자보험만 제시하면 접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로센펠드는 전했다.
아르헨티나의 TV스타 야니나 라토레는 최근 팬 2명의 도움으로 가족여행 도중 마이애미의 한 병원에서 80세 노모에게 백신을 맞힐 수 있었다는 사연을 접종 장면을 찍은 동영상과 함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아르헨티나는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 30만회분을 수입했으나 60세 이상 고령자를 상대로는 사용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 특히 아르헨티나인 다수는 이 백신의 안전성과 효험에 의심을 품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백신을 '새치기'하는 사례가 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지방정부도 단속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프란시스 수아레스 마이애미 시장은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마이애미 시민보다 먼저 백신을 맞는 것에 반대한다"며 "이러한 일을 예방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보건부는 보고된 모든 백신 남용 사례를 조사하겠다며 "백신을 맞으러 플로리다에 와서 다음날 떠나는 일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여기 집이 있고 1∼2주만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면 괜찮다"면서도 "단지 백신을 맞으러 플로리다에 오는 사람들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거주자에게도 접종을 허용한 이상 어떤 식으로 '백신 투어'를 가려내 저지할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WSJ이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