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라는 매우 나쁜 전염병이 한바탕 농장을 휩쓸고 갔다/ 농장주인은 뼈대가 드러나고 등이 굽은 기형의 사과나무 아래 죽은 새들을 끌어다 묻었고/ 가벼운 농담처럼 꼬리와 날개가 파닥거리는 거짓말들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플로리다주에 사는 한혜영 시인이 쓴 '검정사과농장'이라는 시의 앞 부분이다.
"농장 주인은 콧노래를 부르며 '검정사과농장'이라는 간판을 당당하게 내걸었고/ 꼬리와 날개를 떼어낸/ 둥글게 잘 다듬어진 거짓말을 의기양양하게 건네주었고/ 큰손들은 생전 처음 보는 검정사과라며 흥분을 했다"라고 이어진다.
이 시는 "거짓말 장사가 대박을 치자 농장주인은 죽은 박쥐나 두더지를 가지고 오는 자들과도 암암리에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공급이 끊기게 되자 획기적인 상품으로 자신의 목을 사과나무에 매달았다.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유일한 거짓말이었다"로 끝을 맺는다.
인기에 영합하고 더 극적인 효과를 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호도하는 뻔뻔한 사람들에게 경고하는 시라고 한 시인은 풀이했다.
작가는 이 시를 제목으로 한 시집을 서울에서 20일 펴냈다.
1∼4부로 구성됐고, '불씨를 먹는 새', '검정염소', '억울한 곰' 등 모두 60수의 시가 들어있다.
"생은 여전히 치열한데, 역동작에 걸린 골키퍼처럼 골대 안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시간을 멀뚱멀뚱 지켜보기만 한다"며 "이런 난감, 이런 속수무책의 기록이라니"라고작가는 탄식했다.
최근 방한한 그는 '검정사과농장'외 4편의 시로, 28일 조계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동주 해외작가상'을 받는다. 해외에서 우리말로 시를 쓰는 시인에게 주는 상으로, 윤동주 시인의 시 정신을 잇기 위해 제정됐다.
충남 서산 출신인 작가는 '현대시학' 추천과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문단에 데뷔했고, 시집 '태평양을 다리는 세탁소', 뱀 잡는 여자', '올랜도 간다', 동시집 '개미도 파출소가 필요해' 등을 출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