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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비 오는 날이 좋다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5-04-11 08:34:02

행복한 아침, 김정자(시인·수필가),비 오는 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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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자(시인·수필가)    

 

비 오는 날이 나는 좋다. 촉촉히 세월 속으로 젖어 드는 느낌이라서. 비 오는 날에만 느껴 지는 향기가 있다. 때론 감동적으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고 두고두고 마음에 남겨 지기도 한다. 비 오는 날의 단상들은 유년으로, 여학생 시절의 그리움으로 달려간다. 기상 주의보로 일러준 기세 당당하던 세력은 어느 새 사그라지고 그리움만 동무처럼 동그마니 남아있다. 그렇듯 그리움은 때로는 다사롭기도 하고, 상심을 불러들이기도 하지만 이방인의 낯선 외로 움 속에서 순수한 친구로 자리매김한지도 오래다. 기다리진 않겠 노라 촉각을 세우지만 기 다림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하루 길 풍경 마냥 인생 여정에서 비 오는 날 특유의 어둑한       물내음이 진지하고 산뜻하게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지나간 시간들에 매달리지 않게 되고, 되새기지도 않으며, 뒤통수를 치고 간 사람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용서도 쉽게 결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용서하는 게 아니라 용서하지 못한 나를 용서하겠다는 용기까지도 시동을 건다. 세월을 역류하지 않고 비처럼 세월에 젖어 묻어가면 사는 게 좀 편하겠다는 생각이 된다. 남은 날들을 계수하지 않으며 덤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스스로를 감싸고 있는 사슬을 기필코 내 손으로 풀어 내려 한다. 기억이란 상자 속에 이미 지워진 사람, 생각 속에 떠오르지 않는 얼굴들은 그냥 저냥 잊으려 한다. 인연이란 가기도 하고 오기도 하는 것, 보내고 또 비워내면 낯선 얼굴이 그 자리를 찾아들 것이다. 세장에서 날아간 새는 돌아오지 않는 것처럼 이미 잊혀진 것들, 놓아버린 것 들에는 마음 두지 않으며 이렇게 비 오는 날을 만날 때 마다 마음 줄을 다시 고쳐 매고 맑게 개인 날들을 포옹으로 맞을 작정을 하게 된다. 비가 오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정체불명의 힘이 솟아나 몸과 마음이 달아 오르는 듯이 팽팽 해지는 느낌이라 20대 초반 무렵. 폭우가 내리는 바닷가 방파제를  걸으며 파도 사이를 걸어본 적이 있다. 군사 정권이 아버지를 빼앗아 가버린 울분을 그렇게 풀었던 적이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심리상태가 유난히 막힘 없이 달리고 싶어 지기도 한다. 습기에 까지도 민감 해지고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쉽게 상처 입기도 한다.

 

햇살이 고루 비춰 주는 날이면 매사를 애착으로 덤비기도 하고 집착에도 악착같아지는 마음 과는 대조적이다. 구름이 비켜선 열린 하늘이 까탈을 부리는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기 때문인가 보다. 평화롭고 너그러워진다. 꿈 속에서도 빗 속을 걷기도 하지만 때로는 현기증 을 느끼곤 한다. 비 오는 날엔 나다니기 힘들어지고 활동에 제약을 받지만 맑은 날 볼 수 없는 빗방울의 향연이 펼쳐진다. 창을 들이치는 빗방울은 변화무쌍이다. 가벼운 이슬비는 유리창에 세로로 작은 물방울들이 선을 그린다. 창수로 비가 내릴 땐 간혹 유리창에 물 줄기가 생기지만 곧 끊어지며 일렬로 늘어선 듯  바뀐다. 빗줄기 없이도 방울방울 그어진 선들은 비가 아무리 세차게 와도 일정 간격을 유지한다. 전선에 가지런히 앉아있는 새들 마냥. 계속 그리고 지우는 낙서 같지만 적당히 세로로 정렬된 빗자국은 누구나 비 오는 날 이면 만날 수 있다. 유리창을 캔버스로 삼은 자연의 행위 예술이다. 하늘과 땅을 이어 주는 빗줄기를 하염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보면 마음이 말갛게 맑아지는 것 같다. 

이렇듯 마음이 맑아지는 경지를 만나려는 집착이 비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 다. 불순하거나 더러워진 것을 다 씻어준다. 때로는 우울함, 불안감, 긴장감까지도 해소 되고 마음이 정화되고 있는 과정을 느끼기도 한다. 정신분석 이론에서 마음 속에 억압된 감정 응어리를 언어나 행동을 통하여 표출하는 것으로 정신의 안정을 찾는 일을 심리 요 법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나로서는 비라는 매체를 통해서 마음이 순화되고 정화되는 깨끗하고 순수한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 비의 매력이다. 

 

간이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것 마냥 비를 기다리곤 한다. 햇살이 화창한 날에도 간간히 비를 기다리기도 한다. 세상살이에 적응되지 않는 일을 만날 때면 더욱 간절해진다. 비는 실존적 물음에 마음껏 탐닉하게 해주기도 한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기 위해 온 몸에 비의 흔적을 남기며 거리를 헤매기도 했던 젊은 시절도 있었다. 예리한 비의 지문은 머리 속에서 퇴출명령을 받은 퇴적물을 씻겨주고 가슴 속의 두텁게 쌓여버린 무감각 지대 까지 씻겨내며 생명의 감수성을 일깨워 내고 야 만다. 자아 갈등에도 불구하고 삶을 순리 대로 진행하려는 민심의 의지는 여전한데 세상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은 지속되고 있다. 조변석개의 불확실성으로 전세계를 회유하듯 휘몰아치고 있는 강경 일변도 행정명령으로 하루하루 들이 상처와 황폐로 이어지고 있다. 관세 폭력과 유학생 비자로 장난질하는 불 친절한 하루들이 계속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이런 것이 사는 밥이고 민심을 헤아리는 것 이라 할 수 있을까. 모든 불 확실성 위에 오늘도 비가 내린다. 비가 그치면 만상은 맑고 상쾌하고 투명해질 것이라서 비 오는 날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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