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뉴스의 현장] 엑소더스 가속화 할 정유업체 악마화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10-30 17:43:51

뉴스의 현장,박홍용,LA미주본사 편집국 차장,정유업체 악마화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14일 개솔린 재고 부족과 가격 급등을 방지하기 위해 정유시설 보관 규칙을 강화하는 법안, 일명 ‘ABx2-1’에 서명했다. 

뉴섬 주지사는 서명 직후 “개스값 폭등으로 인해 지난 수년간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우리는 더 이상 정유업계의 자정 노력을 기다릴 수 없으며, 폭리를 막고 소비자들이 주유 펌프에서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안이 90일 안에 발효되면 주정부 규제 기관인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는 각 정유시설의 저장 수준에 대한 제한을 설정할 권한을 갖게 된다. 위원회는 또 최소 재고량을 조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유사가 유지 보수 중단에 앞서 재공급 계획을 마련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뉴섬 주지사의 이번 서명은 그의 임기 내내 계속된 일명 ‘정유사 때리기’의 일환이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해 9월 셰브론, BP 등 정유업체 5곳이 화석연료의 환경 및 보건 영향을 의도적으로 은폐해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끼쳤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3월에는 정유사가 폭리를 취한다며 ‘SBX 1-2’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캘리포니아 에너지위원회(CEC) 산하에 ‘정유사 폭리 감시기구’를 설립해 정유업체의 수익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한 업체에 대해 벌금을 매기는 내용의 이 법안은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캘리포니아가 기후변화를 최대한 늦추기 위한 혁신의 움직임에 최선봉에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캘리포니아는 1943년 스모그 사건을 직접 겪은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유산업 규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전 세계 석유의 5분의 1 이상을 생산했던 캘리포니아 주의 원유 생산량은 1980년대 중반 이후 내리 감소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오염물질이 덜 배출되는 청정 연소 휘발유 정제를 의무화하고 있고, 정유사들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저탄소 연료 표준을 위한 설비 설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당장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갤런당 59.6센트라는 소비세를 별도로 부과하고 있다. 청정 연소 휘발유 사용도 갤런당 10센트의 비용을 추가하는 요인이다. 이 같은 규제의 결과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기름값으로 나타났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달 29일 기준 캘리포니아의 갤런당 개스 가격은 4.587달러로, 전국 평균(3.134달러)과 1.45달러 가량 차이가 난다. 경쟁주인 텍사스(2.686달러)와는 거의 2달러 가량이나 차이가 난다. 

뉴섬 주지사는 정유업체들을 악덕한 ‘스크루지 영감’으로 보고 있다. 다른 주보다 비싼 캘리포니아의 개스가격을 정유업체들이 폭리를 취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결과다. 시장 가격은 단순히 수요과 공급에 따라 형성될 뿐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규제가 강화되자 정유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고 정유시설을 폐쇄하고 있다. 현재 주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제가 가능한 정유소는 11개로 줄어든 상태다.  

기업들은 떠나고 있다. 엑손모빌은 2015년 남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연안 시추시설을 매각했다. 1879년부터 사업을 해오며 캘리포니아 정유사업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인 셰브런은 지난 8월 캘리포니아를 떠나 텍사스 휴스턴으로 본사를 옮긴다고 선언했다. 이번에 뉴섬 주지사가 ‘ABx2-1’ 법안에 서명한지 이틀 만인 대형 정유회사인 필립스 66가 ‘장기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오는 2025년 4분기 LA 정유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대 집단을 악마화하는 것은 매우 쉬운 전략이지만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있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멀지 않아 대부분의 정유업체들은 캘리포니아를 떠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캘리포니아는 지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다른 나라와 주에서 개스를 수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다른 주로 떠날 것이고, 서민들은 치솟은 기름값에 고통스러워할 것이다. 잠시 이탈 숫자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캘리포니아 엑소더스는 언제든 다시 속도를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박홍용 LA미주본사 편집국 차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2025년부터 달라지는 메디케어 약값 상한제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2025년부터 달라지는 메디케어 약값 상한제

최선호 보험전문인 약값은 정말이지 나이를 먹을수록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 특히 메디케어에 가입한 이후엔 병원 진료보다 오히려 약국 계산서가 더 무겁게 느껴진다는 말이 주변에서

[수필]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
[수필] 보이지 않는 것들의 가치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이메일을 열어보니 '우리 엄마가 책을 냈어요.'라고 쓴 켈리의 메일이 있었다. 켈리는 십 년 전 즈음에 돌아가신 신 할머니의 외

[애틀랜타 칼럼] 최악의 상황에 맞서라

이용희 목사 고민을 이겨내는 방법 중에 **'캐리어의 법칙(Carrier's Law)'**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공기 조절 장치를 개발한 기술자이자 캐리어 회사의 사장이었던

[내 마음의 시] 내일은 우리
[내 마음의 시] 내일은 우리

월우 장붕익(애틀랜타 문학회) 간 이식 수술 후"한 떨기 장미꽃" 한 글자 한 박자힘주어 부르던 형 "하나님은 죽었다"는 토론에 종교적 실존은"하나님 앞에 홀로 서라" 했어역설하던

[전문가 칼럼] 골다공증이란 무엇인가요?

이 칼럼에서는 골다공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조기 검진과 신속한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특히 아시아계 미국인,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섬 주민(AANHPI, Asia

[보석줍기] 초록의 슬픔

홍효순 (BALSER TOWER 보석줍기 회원) 문득 창문 넘어 바라 본가을속 아스팔트 위빛바랜  낙엽들이솔바람에 구른다돌아갈 수 없는 초록의 슬픔그 아픔은 오로지 바램이겠지그래서

[법률칼럼] 법의 그림자 속 숨겨진 이야기 5화

케빈 김 법무사  “열쇠의 주인”제니의 거실 테이블 위, 낯선 열쇠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그 옆에는 위협적인 문구가 적힌 손 편지. “진실을 파헤치지 마라. 아니면 후회할

[벌레박사 칼럼] 내 옷 갉아먹는 좀벌레 퇴치
[벌레박사 칼럼] 내 옷 갉아먹는 좀벌레 퇴치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살다보면 공해가 없는 땅이라 그런지 벌레도 종류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말 화나게 만드는 것은 조그만 벌레가 내 소중한 옷과 카펫 등에 구멍을 내거나 소리없

[행복한 아침] 부활의 아침에

김정자(시인·수필가) 부활, 아침, 이 낱말 들에는 기대와 꿈, 기쁨, 도약, 등불 같은 실현을 부여하는 어감과 느낌의 말 맛을 남긴다. 만상이 소생하고 약동하는 봄날에 주님의 부

[한자와 명언] 引 下 (인하)

*끌 인(弓-4, 5급) *아래 하(一-3, 7급) ‘Interest rates will be reduced next month.’는 ‘금리는 내달에 ○○될 것이다’라는 뜻이다.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