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면적으론 ‘멕시코만’ 트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대표 뉴스통신사인 AP의 백악관 출입을 제한한 배경에는 AP통신의 ‘스타일북’이 있다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 AP 기자 출입 제한의 큰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AP의 스타일북이 수년간 주류 언론 전반에 퍼뜨린 진보적인 언어 선택에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스타일북은 기사 작성과 편집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언론사가 문법, 용어 사용 등에 관한 규칙을 정리한 지침서를 말한다.
백악관은 최근 AP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도 ‘미국만’(Gulf of America) 대신 기존의 ‘멕시코만’(Gulf of Mexico) 표기를 고수하는 점을 들어 소속 기자의 대통령 집무실과 전용기 출입을 금지했다.
표면적으로는 ‘멕시코만’ 표기를 언급했지만, 사실은 주류 언론에 대한 트럼프 정부 핵심인사들의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불만들 때문에 AP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얘기다. 이는 기성 언론의 신뢰도를 깎아내리려는 트럼프 정부의 시도 중 하나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1846년 출범한 AP는 세계 최대 뉴스통신사로, 사실에 기반한 초당파적 언론을 표방하고 있다. 외부에서도 오랫동안 중립적인 언론의 표준으로 여겨져 왔다. AP가 자체적으로 제작·발행하는 스타일북 역시 미국 언론은 물론, 다른 나라 언론인들도 기사 작성에 우선 참고하는 표준 지침서로 통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AP 스타일북이 성별, 이민, 인종, 법 집행 등에 관한 진보적인 어휘와 문구들을 선호한다는 공화당과 보수층의 주장을 받아들여 확대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