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물건을 빌리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남의 물건을 빌리는 수가 있다. 돈 혹은 소모품을 빌리면, 빌린 만큼의 액수나 양을 갚으면 된다. 하지만 도구나 기계와 같이 연속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을 빌리는 것은 함부로 빌려달라고 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더구나 그런 물건을 사용하다가 사고를 내어 제3자에게 크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제3자에게 피해를 주는 대표적인 물건이 자동차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내면 제3자에게 피해를 주게 되어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수가 많다.
매우 드문 경우이겠지만, 보험에 들어 있지 않은 자동차를 빌려 운전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보험이 없는 자동차라는 사실을 알고 운전할 수도 있지만, 보험이 없는 자동차인지 모르고 운전할 수도 있겠다. 여하튼 보험에 들어 있지 않은 자동차를 운전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차문제’ 씨의 차에 문제가 생겼다. 하필이면 자동차가 한 대뿐인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자동차 정비소에 고치러 갔더니, 금세 고칠 수 있다고 직장에서 몇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고 하면서 정비소 자동차로 직장까지 ‘차문제’를 태워다 주었다. 그런데 다시 정비소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며 부품을 받아서 고쳐야 하므로 며칠을 기다리라고 한다. ‘차문제’ 씨는 자동차를 고치는 동안 렌터카를 빌려야겠다고 푸념하며 렌터카를 빌리러 렌터카 회사에 전화해 가격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때 직장 동료이자 친구인 ‘구해준’ 씨가 자기 차가 하나 놀고 있는데 그걸 ‘차문제’ 씨에게 빌려주겠다고 제의했다. ‘차문제’ 씨는 자기를 구해준 ‘구해준’ 씨에게 그렇게 해주면 고맙기 그지없겠다고 그 차를 빌릴 의향을 표시했다. 그러자 ‘구해준’ 씨가 덧붙이기를 자기의 엑스트라 차가 보험에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닌가. 이유는 앞으로 약 일 년간 운전하지 않을 차인데, 이 차를 보험에 넣어 두면 공연히 보험료만 내는 셈이 되어 돈은 낭비하지 않으려고 자동차 보험에서 빼놓았다는 것이다. 물론 Tag Office에 가서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는다고 신고를 해놓았다고 한다. ‘구해준’ 씨로부터 자동차 열쇠까지 건네받은 ‘차문제’ 씨는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자동차 보험에 들어 있지 않은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차문제’ 씨는 이런 의문을 우선 ‘구해준’ 씨에게 얘기해보았다. ‘구해준’ 씨 왈, ‘차문제’ 씨가 자동차 보험을 갖고 있으니까, 만일 사고가 나면 그 보험으로 보상이 되지 않겠냐고 굉장히 쉽게 말한다. 과연 그렇게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선 보험에 들어 있지 않은 자동차를 길거리로 몰고 나가는 자체가 문제이다. 더구나,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는다고 Tag Office에 신고해 놓은 차가 도로를 주행하면 안된다. 요새는 시스템이 잘 돼 있어서 경찰은 번호판만 입력해 보면 보험에 들어 있는 차인지 아닌지, 그리고 몰지 않는다고 신고를 해 놓은 차인지를 쉽게 가려낸다. 만일 이것으로 인해 경찰에 적발되면 자동차 사고가 나기 전에 벌써 자동차를 압수당할 수 있다. 그리고 만일 이런 자동차를 빌려 타다가 사고를 내면 보험처리가 문제가 된다. 미국의 자동차 보험에서 사고로 인한 클레임은 우선 자동차가 들어 있는 보험이 적용된다. 그 다음, 자동차가 보험에 들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운전자의 보험을 적용할 수가 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적용할 수가 있다.”는 말이지 “반드시 적용한다.”라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무슨 이유로든 보상을 거부하면 별수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설사 운전자의 보험이 보상해 준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준 피해만 보상해 준다. 즉 운전하던 차량에 생긴 피해는 보상받을 데가 없다. 게다가 보험 없는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를 낸 사실을 보험회사가 알면 보상 해주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보험이 없는 차를 운전한 사실 자체도 형사적 처벌을 받을 이유가 된다. 결론은 보험에 들어 있지 않은 차량은 절대로 운전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보험 전문인 최선호 770-234-4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