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아파트 입주연한이 햇수로 여섯해를 접어들었다. 열네 개층으로 이루어진 고층빌딩을 지난해 1월 부터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차례가 되어 살던 집을 비워주고 임시거처에서 지내다 기대를 안고 돌아오게 되었다. 새롭게 꾸며질 리모델링될 집을 기다리는 동안 불쑥 남은 날들을 리모델링을 고려하거나 도전 해봄직도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붙들렸었다. 생의 리모델링에 대한 모색을 도모하는 시간 동안의 설레임과 기대와 예측이 은근히 기대되기도 하거니와 어쩌면 오로라 같은 망상이 현실적인 기저나 이루어낼 가능성이 없는 공상으로 흘러가지나 않을까 싶기도 해지만. 한 번쯤은 꿈꾸듯 청사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의 촉이 반짝인다. 누구나 주어진 삶이라 흐르는대로 하냥 흘러온 것 또한 아니겠지만 삶을 리모델링해 가면서 삶의 가치와 감각을 통해 더 나은 깊음이 있는 삶에 도전하는 바탕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 과도한 경쟁사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문득문득 ‘어찌 이리 고단하고 분주한지’ 라는 말을 내뱉곤 했지만 지금 껏 최선을 다하고,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줄기의 함성같은 힘찬 삶을 살고싶은 오기같은 삶의 정염이 희망을 분출하며 가슴에 차올랐기에 긴 생의 여정을 걸어올 수 있었던 것이었는데 해넘이 무렵에 이 무슨 환상일가 싶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하루하루들이 딱히 좋은 날이라고 이름표를 달아줄 수도 없거니와 나쁜 날로 지명할 수도 없는 것이 흑백을 나누듯 가려내기란 힘든 것이다. 행운이었던 일이 불운으로 이어지기도하고 이건 분명 나쁜 기운이 맴도는 일이라 단정했던 일도 경사로 다가오는 경우도 있었으니까. 느낌으로 단정지을 수 없는 실로 다양한 하루 하루의 일과들이 계절과 어우러지기도하고, 주변의 지인들과의 관계에서도 영향을 받기도하고, 기후와도 면밀한 파급효과를 전이받기도 하면서, 산책길에서 우연찮게 만난 풍경에서도 세밀한 여파가 공명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것이 우리네 일상이다. 삶의 자국을 만들어내는 연유들의 다종다양함은 사람마다 부등한 일일 수 밖에 없음이지만 때론 그 날이 그 날 같은 느낌이 들때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는 자유를 누려보는 기회를 스스로 연출해내며 각본을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때도 있었으니까. 이런 저런 모습으로 수 없는 생의 마디들을 건너오며 마침표와 쉼표, 물음표, 잇단음표, 스타카토를 지켜내면서 어줍잖은 육감과 동시에 영감의 이끌림을 받으며 의연히 정성을 다해 골똘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우연히 지면에 게재된 사진을 기억해 주시는 독자분의 격려와 사랑의 적용에 감사가 밀려들면서 언제 부터였는지 놓아버린 자존감 회복의 리모델링 부터 시도해보려 한다. 나를 사랑할 겨를이 없는 삶 속으로 묻혀버리면서 어쩌면 속사람을 들여다볼 짬도 없이 타성에 젖어버린 채 누구를 위한 삶인지 하냥 질주하다 비로소 여기에 당도한 느낌이다. 내가 누구인지 자신을 가장 잘 알고있는 사람이 자신이어야 하는데. 남은 날 둥안에라도 자존부재를 벗어나 자신을 발견해가며 자신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이며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리모델링 기회로 삼아보기로 했다. 지우고 싶은 얼룩까지도 그립고 정겨울 날이 올 것이라는 깊은 언중유향(言中有響)의 감응을 위해. 무슨 일에든 예리한 관찰력과 명료한 이성의 통찰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새로움으로 채워가려는 생기로 가득한 계절 앞에 내려놓음을 실행해가며 자신의 부족함에도 좀 더 관대해지기로 해야겠다. 


은퇴자의 나머지 삶은 히말라야에 도전하듯 두 눈 부릅떠가며 앞만 바라보아야 한다는 각오나 의무감 없이도, 편안하고 익숙한 곳에서 무리없는 일정을 감당해내며 높은 파고 없는 하루하루를 영위하고 있는셈이다. 건강한 소찬과 마실 수 있는 맑은 물, 그리 손이 가지않는 단출한 처소, 유행에 동하지 않으며 헤어지지 않은 깨끗하고 편안한 옷가지에 신기 쉽고 걷기 편한 신발 몇켤레면 남은 날들을 그려내기에 족하리라. 미루어왔던, 하고 싶었던것들을 찾아 누리며 사는 게 남은 날 동안 그려낼 몫의 삶으로 가다듬으며 맑은 수채화로 그려내고 있다. 다채롭거나 호화롭지 않은 평온함, 담백하고 소탈한, 형식에 매이지 아니하는 소박함으로, 미욱하고 우둔하지만 사려깊음으로, 여운을 깊게 결연하는 색감을 덧대며 소담한 화폭으로 그려가려 한다. 생의 리모델링에도 적기가 있다는 것을 새삼 터득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