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는 사라졌다. 비탄에 빠진 여인, 썩은 이에 목에 뚫린 구멍으로 담배를 피우려고 애쓰는 남자도 사라졌다.

연방 식품의약국(FDA)이 흡연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담뱃갑 인쇄용으로 처음 제시했던 이 그래픽 이미지들은 담배회사들의 성공적인 법정 싸움에 밀려 등장이 좌절됐다. 그 후 9년, FDA가 새로운 경고 삽화 세트를 내놓았다.

모두 13종으로 채택되면 담뱃갑의 윗부분 절반을 차지하게 된다. 담배 회사들은 흡연이 가져오는 건강상의 위험을 말하는 다양한 문구와 함께 이들 경고 그림을 번갈아가며 담뱃갑에 사용하게 된다.



“흡연은 위험해요” 경고 이미지 13종 새로 제시

9년 전 경고 그래픽들은 담배회사 반발로 폐기

‘표현의 자유’이유로 이번에도 소송 가능성 커




“지금은 담뱃갑 옆면에 경고 문구가 인쇄돼 있지만 실제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사진과 함께 각인된 각종 질병은 흡연의 부정적인 결과를 보다 잘 이해시키게 될 것”이라고 FDA의 담배관련 부서를 총괄하는 미첼 젤러는 말했다.

이번에 나온 일련의 경고 사진에는 폐암과 방광암, 당뇨, 심장수술로 생긴 가슴의 칼자국, 새까매진 폐, 여인의 목에 불거져 나온 종양, 미숙아, 발기부전증 때문에 의기소침해진 듯한 침대 속의 남자 등이 들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담배 때문에 생기는 위험을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뜻밖에도 청소년이나 성인 흡연자들은 그렇지 않으며, 비흡연자는 관심 없어 지나쳐버린다”고 FDA 국장 대행인 노만 샤플레스 박사는 말한다.

거대 담배회사들이 FDA가 이번에 내놓은 경고 그림에 어떤 대항을 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지난 번 법정싸움을 이끌었던 담배회사 R.J. 레이놀즈는 내년에 최종안이 결정될 FDA의 흡연 경고 시리즈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는 일반인이 흡연의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는 점은 확고하게 지지한다. 그러나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담배 제조회사를 포함해 모든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배하는 것이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R.J. 레이놀즈사의 니사 홀런 대변인은 밝혔다. 웰스파고 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담배회사들이 결국 FDA의 이번 경고 시리즈에도 법적 도전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흡연 경고는 지난 2009년 의회를 통과한 담배 통제법(Tobacco Control Act)에 의해 요구되는 사항이다. FDA는 지난 2010년 담뱃갑의 윗부분 절반과, 담배 광고 지면의 20%를 차지해야 되는 컬러풀한 색상의 섬뜩한 경고 사진을 내놓았었다. 그 1년 후 FDA는 9장의 이미지를 최종안으로 제시했다. 공중보건 옹호론자들은 이를 환영했으나 담배 회사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담배회사들은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연방 항소심은 이런 그래픽 이미지들은 표현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1조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미국의 최대 담배회사인 알트리아는 그때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다.

법원은 흡연위험 경고는 순수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이어야 하며 흡연자를 겁주거나 은근히 금연 압박을 가하거나 특정 관념을 강요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판결은 FDA에게 대폭적인 후퇴를 가져왔다. 그후 FDA는 강한 흡연 견제력을 갖는 경고 라벨을 창안하기 위해 몇 년을 보냈다. FDA가 새로운 대안 제시에 뒤처진 가운데 수 십개의 다른 나라에서는 금연의 폐해를 경고하는 끔찍한 그래픽 이미지들, 미국의 항소법원이 중지를 명한 그런 이미지들을 요구했었다.

FDA의 담배전문 변호사였던 에릭 린드블롬은 FDA가 이 일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FDA와 보건복지서비스국, 법무부의 변호사들은 모두 수정헌법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 FDA의 이슈를 꺼려했다. 한 번 더 그와 같은 참패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전했다.

현재 조지타운 대학에서 미국과 세계의 건강법을 다루는 오닐 연구소의 린드블룸 소장은 법원에서 일부 경고 사진이 허가되지 않더라도 몇 가지 대안이 있는 FDA의 새로운 전략에 좋은 평가를 내렸다.

미국은 흡연 위험의 경고를 채택한 첫 국가였으나 지금도 1985년에 제작된 경고 문구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담배회사들은 흡연시 생길 수 있는 폐와 심장질환, 암, 임산부에 미칠 합병증 등 4가지로 내용으로 하는 경고 문구를 담뱃갑에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어떤 이는 담배 연기가 일산화탄소를 포함하고 있으나 왜 이것이 위험한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 의학 아카데미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흡연 위험 경고에 대해 “한심할 정도로 비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흡연율이 현저히 낮아진 지난 80년대 이후 많은 것이 변화했다. 하지만 2005년 21%이던 흡연율이 지난해에는 13.8%로 낮아지긴 했으나 아직 미국의 흡연자는 3,800만 명에 이른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는 48만여 명이 흡연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흡연은 예방 가능한 죽음을 가져오는 가장 큰 원인으로 남아 있다.

간접흡연 또한 치명적이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더 위험하다. CDC 리포트에 의하면 지난 2013년부터 2016년 사이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3세부터 17세 까지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35%가 간접흡연에 노출됐다.

이번에 새로 선보인 13개의 경고 디자인은 흡연이 어떻게 인체에 해를 끼치는지 훨씬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중 하나는 흡연이 녹내장을 일으켜 장님이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여준다. 또 다른 것들은 흡연이 당뇨를 야기할 수 있고, 팔다리에 흐르는 혈액량을 줄여 사지를 절단해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2019년 보고서에 의하면 사진과 그래픽, 강력한 문안 등으로 만든 경고 라벨이 흡연의 위험을 알리는 데는 가장 효과적이다. 현재 91개 국 이상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담은 흡연위험 라벨을 채택해 최소한 담뱃갑의 반을 인쇄하도록 하고 있다. 경고 라벨은 슬픈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으로 암시한 발기 부전증, 썩은 치아의 확대된 이미지, 녹내장으로 뒤집어 쓴 안구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또 다른 22개국은 담뱃갑의 30%를 그래픽 경고로 채우도록 하고 있다고 WHO는 전했다. 흡연자들은 처음 제시된 9가지 경고 라벨에 대해서는 찬반이 뒤섞인 반응을 보였다. 2016년 2월 일리노이 대학 연구진이 커뮤니케이션 리서치 저널에 발표한 보고서는 흡연자들이 볼 때 끔찍한 경고 이미지는 그들의 자유와 선택, 자율을 위협하는 것으로 간주돼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밝혔다.

채플힐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연구진은 지난 2016년 6월 조사 참여자의 40%가 그래픽 이미지를 보고난 뒤 금연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힌 반면 문자로 된 경고을 보고난 뒤에는 34%에 그쳤다.

지난 2016년 아메리칸 소아과 아카데미와 미 암협회, 미 폐협회 등을 포함한 연합회는 FDA가 새로운 흡연 경고 라벨을 내놓는데 너무 오랜 시간을 끌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3월 연방 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 주면서 FDA가 경고 라벨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불법이며, 그래픽 경고 출시를 불합리할 정도로 끌고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FDA에 지난 8월15일까지 경고 초안을 내놓을 것과 내년 3월15일까지는 이를 최종 결정할 것을 명령했다.

“젊은 사람들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로부터 면역이 되어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흡연 경고 라벨의 이미지들은 이것들이 추상적인 위험이 아니고, 그들이 담배에 중독될 경우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할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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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식품의약국(FDA)이 새로 공개한 담뱃갑 경고 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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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FDA가 도입하려 했던 담뱃갑 경고 이미지. 담배회사들의 소송으로 무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