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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맘·성폭행·우울증… 술독에 빠져 살았죠”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9-08-08 09:09:06

싱글맘,성폭행,우울증,술독,알코올중독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18살에 엄마되기 전부터

군·제대 후에도 술 마셔

결혼 파탄… 자살시도까지

음주운전 차 전복사고 후

아들 보살핌속 금주 결심

재활모임 도움 정상인으로

미국에서 알코올 중독의 폐해는 심각하다. 관련기관들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인 1,500만명 이상이 알코올 음용 장애(AUD)를 갖고 있으며, 최근 들어 여성과 마이노리티의 음주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됐다. 다음은 지독한 알코올 중독에서 재기한 공군 출신 여성 헤더 킹(Heather King)이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글을 요약한 것이다.

2016년 9월29일, 몽고메리 카운티의 젊은 공화당원 의장이던 나는 테네시 주 윌리엄슨 카운티에서 열린 알베르토 곤잘레스 전 법무장관의 북 사인회에 참석했다가 술을 좀 많이 마셨다. 많이 취했다는 건 알았지만 늘 다니던 길이라 괜찮겠지 하고 운전대를 잡았다. 20분쯤 달렸을까?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뒤집힌 차 속에 있는 나를 누군가 끌어내고 있었다. 경찰이 왔고, 그 자리에서 음주운전으로 체포됐다.

다음날 아침 정신이 들자 내 인생이 술 때문에 얼마나 철저하게 망가졌는지 현실을 직시하게 됐다. 그때 16세이던 아들 타지(Taj)는 더 이상 나와는 말도 하지 않으려 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술 마시고 싶다는 생각보다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그러나 술 없이 어떻게 살 수 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아들은 술을 끊겠다는 내 말을 처음엔 믿지 않았다. 그때까지 그런 약속을 수도 없이 했었고, 번번히 지켜지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다시 시작하려는 나를 타지는 어린아이 보살피듯 붙잡아주며 도와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술을 한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

나는 18세에 엄마가 되었다. 아이를 원한 게 아니었지만 얼결에 싱글맘이 됐다. 나는 이미 그 전부터 매일 오빠와 취하도록 술을 마시곤 했다. 19세가 됐을 때 아들의 양육권을 엄마에게 넘기고 나는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엄격한 훈련기간 동안은 마시지 못했지만 훈련이 끝나자 다시 기회를 보면서 마시기 시작했다. 졸업 후 사우스다코타의 엘스워스 공군기지로 발령받았을 때 나는 이제부터 아들과 함께 새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군대라는 직장은 남자들의 세상이다. 여기서 잘 적응하기 위해 나는 그들과 술을 마시며 어울리는 방법을 택했다. 매일 밤 클럽에서 마셔댔고, 어느 날 음주운전으로 체포됐다. 음주 연령(21세)이 되기 전이었고 첫 근무를 시작한지 3개월도 안 됐을 때였다.

나는 부대의 불명예라는 사인이 부대 게시판에 붙었고, 부대장으로부터의 징계와 1년간 기지 내에서의 운전금지령을 받았다. 이 때문에 아들의 양육권을 찾는 일이 더 힘들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때부터 들키지 않고 마시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었다.

21세에 아들의 양육권을 찾았을 때 이제는 더 이상 무책임하게 굴지 않고 잘 키우기로 다짐했다. 나는 비행 대기선의 항공기 정비기술자로 일하고 있었는데 선임 하사관이 처음엔 특별히 잘 대해주더니 얼마 안 있어 나를 스토킹하기 시작했다. 앤서링 머신에 협박 메시지를 남기는가 하면 일터에서 희롱을 일삼았다.

그 사실을 보고했지만 상부에서는 나의 근무시간을 변경하고 그에게는 비접촉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 조치를 끝냈다. 그러다가 우리 부대가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라는 오지의 섬으로 배치됐을 때 그가 나를 텐트에서 성폭행했다. 변명할 여지가 없는 강력범죄였지만 나는 신고하지 못했다. 과거의 음주 문제 때문에 내가 불리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피해망상에 시달렸고, 전투적이 됐으며 분노가 심해졌다. 술을 더 많이 마셨고, 우리 집에는 밤낮 술 취한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나는 술을 마셔야만 정상이 되어 제 기능을 할 수 있었다. 술을 마셔야 기분이 좋아지고 분노도 가라앉고 잠을 잘 수 있었다. 술이 나의 생명줄이었다. 결국 사람들이 나의 문제를 다 알게 되었고, 부대장은 나를 알코올 및 물질 남용 프로그램과 분노조절 클래스에 집어넣었다. 그런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을 리 없었다. 나 자신도 중독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끊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 나는 현역에서 떠났다. 이후 9년 동안 더 많은 술을 마시면서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됐다. 사람들 보기에 내 인생은 완전히 난장판이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성공한 인생의 지표로 꼽히는 대학원 학위와 풀타임 잡을 갖고 있었고 집도 한 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결혼도 했고 딸도 하나 있었다. 딸을 임신했을 때는 술을 마시지 않았고 11개월의 수유기간 중에도 금주했다. 그러나 그 이후 다시 술을 달고 살았다.

아들 타지에게 나는 술을 마시는 모습이 정상이었다. 늘 손에 술잔을 들고 있으면서 절대로 ‘노’라고 하지 않는 쿨한 맘이었다. 나는 술이 누구보다 센 것이 자랑이었고, 언제든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음주문제로 결혼도 파탄이 났고, 우리 집은 다시 엉망이 되었다. 나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했으며 어떤 날 밤에는 아예 집에 들어가지도 않아서 아들이 어린 딸을 돌봐야했다. 때때로 거울 속에서 나의 역겨운 모습을 보게 되면 술을 끊으리라 다짐도 했지만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이게 2016년 자동차 사고로 죽다 살아났을 때까지의 삶이다.

엄마가 보석금을 내고 나를 빼내주었을 때 나는 주위에서 술을 완전히 끊은 사람들을 찾아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물었다. 한 사람이 AA(익명의 알코올중독자 모임)에 참석할 것을 권했다. 나도 전에 가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끊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처럼’ 마시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갔던 모임이다.

이제 완전히 패잔병이 된 나는 영원히 술을 끊고 싶어서 그곳을 다시 찾았다. 모든 사람이 밝고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들이 내게 “술을 끊고 싶은 열망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나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재활이 시작됐다.

나는 지금까지 2년10개월째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 술을 끊기로 한 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었다.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었고, 아이들과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대학생이 된 타지는 지금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 무엇이든 상의하고 있다. 이제 10세인 딸은 나와 함께 웃고, 책 읽고, 댄스 경연대회에도 나가면서 밝은 소녀로 자라고 있다. 술 마시던 내 모습을 간간히 기억하는 딸은 내가 힘들어 보이는 날이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술 안 마시는 엄마가 훨씬 좋아요.” 그 말 한마디가 최고의 약이다.

“싱글맘·성폭행·우울증… 술독에 빠져 살았죠”
“싱글맘·성폭행·우울증… 술독에 빠져 살았죠”

헤더 킹과 두 자녀가 지난해 내슈빌의 어드벤처 사이언스센터에서 함께 한 모습.

“싱글맘·성폭행·우울증… 술독에 빠져 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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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 킹이 지난 2008년 카타르에 파병될 당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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