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의 경기 연착륙은 재임 기간에 이룬 자랑스러운 업적 중 하나입니다.”

24년 전 선제적 금리 인하로 경기침체를 방어한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입에서도 나올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무역전쟁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 내에서 최근 1995년식 ‘보험성’ 금리 인하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 연착륙을 위한 연준의 선제 대응 차원이지만 일각에서는 성장률과 실업률 등 경기 상황이 당시와 달리 호조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장에 폭탄을 투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기침체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성장 둔화를 완화하기 위한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과 달리 이달 들어 연준에서 ‘보험성’ 인하에 대한 논의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험성 금리 인하 논의는 앞서 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가 항상 ‘경기침체’와 연관된 것은 아니었다며 연준이 1995년과 1998년에 단행한 금리 인하 사례를 들며 불을 지폈다. 보험성 인하는 경기침체 예방을 위해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1995년 그리스펀 연준 의장은 경기 둔화 조짐 속의 저물가 해결을 위해 7개월에 걸쳐 7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해 경제 연착륙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FT는 클래리다 부의장을 포함한 연준 내 비둘기파가 1995년식 금리 인하를 향해 움직이는 것을 의심할 수 없다고 전하며 최근 이 같은 논의가 힘을 받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여파가 예상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매긴 초기 관세가 중국 수출업자나 미국 도소매업자가 아닌 미국 소비자에게 큰 타격을 주면서 실제 미국의 각 가계에서 연간 831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당장 오는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아도 연말 전에 한번 이상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기 위해 점도표(FOMC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표시한 그래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준이 6월 중 시장에 완화적 메시지를 보내는 데 이어 7월이나 9월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면서 연말까지 전체 인하폭이 0.75%포인트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바클레이스은행은 연준이 7월 0.5%포인트 인하한 뒤 연말까지 0.25%포인트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FT는 전면적인 경기침체가 없다면 이러한 조치는 주식시장이 직면한 부정적 위험을 상당 부분 제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1995년 그린스펀의 첫 보험성 인하 이후 6개월 동안 주식시장은 14%나 급등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1995년 당시와 다르다면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경기 둔화에 대응했던 1995년과 달리 지금 경제가 직면한 위험은 무역분쟁과 정책 불확실성에 관련돼 있다”면서 “1998년 역시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의 충격으로 미국에는 사실상 큰 영향이 없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상황이 1995년처럼 나쁘지 않아 연준의 금리 인하가 오히려 주식시장에 자산 버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내놓았다. 실제 2001년 연준의 금리 인하 당시 나스닥지수는 하루 만에 14% 깜짝 상승했지만 이후 경기침체가 덮치면서 57%나 하락해 2002년 10월 바닥을 찍었다. 이후 2007년 9월 금리 인상 시기에도 다우존스지수가 2003년 이후 하루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지만 곧 미국은 금융위기의 정점에 섰다. WSJ는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통상 나쁜 일이 일어났다”며 연준의 완화 전망에 시장이 소폭 뛰었지만 투자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놓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민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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