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순덕 시인의 작품(1999년작),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가 있습니다. 그 시를 소개하면,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떡없는/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외할머니 보고 싶다!/외할머니 보고 싶다!/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아!....../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 가운데 단연코 백미(白眉)로 회자되는 훌륭한 시입니다. 이 시에는 자녀를 위해 끝없이 희생하고 늘 사랑을 주기만 하는 것이 어머니의 당연한 도리인 줄로만 알았던 어느 철없는 자녀의 회한이 잘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사랑과 희생’으로 함축된 한국의 어머니상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어머니 대표 시’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시인의 고백처럼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위대한 분이십니다. 이 위대한 어머니는 세 가지를 항상 겸비합니다. 그것은 "(1)힘과, (2)유머와, (3)위로"입니다. 고통스러울 때도 힘 있게 걸어가시며, 슬플 때에도 웃음으로 대처하시며, 외로울 때에도 모든 사람을 위로로 껴안아줄 수 있는 넉넉함이 있는 분 그분의 이름은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모든 자녀를 대신해줄 수 있는 희생의 상징이지만, 그러나 그 어떤 자녀도 어머니의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는 존귀한 존재입니다.
성경 속에는 위대한 어머니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모세의 어머니 요게벳이 있습니다. 모세의 부모님은 레위 족속사람 아버지 아므람과 레위 여자인 어머니 요게벳입니다. 그런데 이 두 부부는 그 당시 세상풍습으로 세상에 낳아서는 안 될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들이 살았던 그 당시의 사회풍습이 애굽의 바로왕의 통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그 폭정으로 인하여 사내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이게 되어있었습니다. 그래서, 낳아서는 안 될 아들을 낳았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살펴보면, "아들을 낳아 그 준수함을 보고 그를 석 달을 숨겼더니" 이 말씀의 문맥을 살펴보면, 현장이 발각되는 순간 그 아이는 이 세상 사람이 될 수 없는 그 긴박함 속에서도 어머니 요게벳의 순간의 기지와 판단력은 탁월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소쿠리"에 아기를 담아 숨겼습니다. 마침내, 어머니의 유머는 긴박한 순간에도 소쿠리를 갈대상자로 변신시켜 가장 위험한 순간을 가장 재치있는 유머가 소쿠리테스(?) 아이디어로 아기의 생명에 모험을 걸었다는 것이 웃을 수 없는 일이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어머니 요게벳"만의 용기로 대처했다는 것입니다.
어머니의 위대함이란 이와 같이 어머니의 역할로 인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머니의 역할은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어머니는 자녀의 배우자를 선택하는 분이시기에 이 세상의 모든 자녀들이 어머니를 위대한 분으로 존경해야 합니다. 아브라함의 아내, 하갈의 실례를 창21:21에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그가(이스마엘) 바란 광야에 거주할 때에 그의 어머니가 그를 위하여 애굽 땅에서 아내를 얻어 주었더라." 이처럼 어머니는 자녀의 인생을 위해 희생하시기에 위대한 분이십니다.
둘째로, 어머니는 손님을 대접하는 역할을 하십니다. 창24:55절에 보면, "리브가의 오라버니와 그의 어머니가 이르되 이 아이로 하여금 며칠 또는 열흘을 우리와 함께 머물게 하라 그 후에 그가 갈 것이니라." 리브가의 아버지 브두엘과 어머니(창22:23)의 인품을 잘 나타내주는 말씀입니다. 리브가의 어머니에 대한 구체적인 소개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출가하는 딸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곁에 두고 사랑을 주고 싶어서 리브가를 데리러 온 아브라함의 종, 다메섹 엘리에셀에게 날짜를 연장하면서까지 대접합니다. 어머니는 이처럼 위로의 역할을 하십니다. 인생의 먼 길을 떠나는 자녀를 위해 할 수만 있으면 인정을 베푸시는 살가운 존재, 그분이 바로 어머니이십니다.
셋째로, 어머니는 자녀를 양육하십니다. 출2:8-9에 보면, "바로의 딸이 그에게 이르되 가라 하매 그 소녀가 가서 그 아기의 어머니를 불러오니 바로의 딸이 그에게 이르되 이 아기를 데려다가 나를 위하여 젖을 먹이라 내가 그 삯을 주리라 여인이 아기를 데려다가 젖을 먹이더니" 어머니 요게벳은 "힘과 유머와 위로"의 능력을 다 갖춘 위대한 어머니였습니다. 도저히 용기를 낼 수 없는 그 다급한 순간에도 의연하게 대처하여 겉으로는 유모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내 자식을 내가 양육하는 탁월한 지혜를 갖추신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어머니는 형편에 따라 현실을 외면하거나 현실에서 도피하는 비겁한 존재가 아닙니다. 바로 그것을 어머니 요게벳이 보여준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참으로 위대합니다.
넷째로, 어머니는 자녀의 장래를 준비합니다. 왕상 1:16-18에 보면, "밧세바가 몸을 굽혀 왕께 절하니 왕이 이르되 어찌 됨이냐. 그가 왕께 대답하되 내 주여 왕이 전에 왕의 하나님 여호와를 가리켜 여종에게 맹세하시기를 네 아들 솔로몬이 반드시 나를 이어 왕이 되어 내 왕위에 앉으리라 하셨거늘. 이제 아도니야가 왕이 되었어도 내 주 왕은 알지 못하시나이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 왕으로 등극하기까지 그 배후에는 어머니 요게벳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왕 앞으로 나가 자녀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불사하는 어머니의 강함에서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십니까? "어머니는 강하다"는 것입니다. 요게벳은 여자로서는 약한 존재였지만, 어머니로서는 조금도 허약하지 않은 이 모습에서 어머니는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 늘 자신을 희생하시며 오히려 그것을 즐거움으로 삼는 것입니다.
다섯째, 어머니는 자식을 위로하는 존재입니다.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되 보라 내가 그에게 평강을 강 같이, 그에게 뭇 나라의 영광을 넘치는 시내 같이 주리니 너희가 그 성읍의 젖을 빨 것이며 너희가 옆에 안기며 그 무릎에서 놀 것이라. 어머니가 자식을 위로함 같이 내가 너희를 위로할 것인즉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니."(사66:12-13) 하나님의 속성은 아버지의 모습이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사 66장을 읽어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방금 우리가 묵상한 말씀을 살펴보면, 이스라엘과 하나님의 관계를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모습이 역력한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어머니는 자식이 위기와 절망 가운데 빠져있을 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십니다. 그것이 바로 어머니가 자식에게 붓는 사랑인 위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지상의 모든 어머니는 위대합니다. 힘과 유머와 위로의 상징은 어머니입니다. 언제나 그립고 언제나 포근한 어머니의 귀한 사랑을 되새기고 또 되새기므로 인생의 참 된 가치를 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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