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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법무사팀

우울증이 암과 아주 흡사할 때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20-01-25 20:20:58

우울증,암,흡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암이 그렇듯이, 우울증은 치료가 될 수도 있는 만성질환이다. 하지만 어떤 환자들에게 이들 질병은 첨단 의술과 자원을 동원해도 결국은 생명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병이 된다.

 

 

암이 몸을 침범하듯 우울증은 정신을 침범

암처럼 우울증도 일부 환자의 생명 앗아가

첨단 의술과 자원 투입해도 결국은 병 재발

 

 

 

우울증은 암이 아니다. 완전히 다른 병이다. 그렇기는 해도 남편의 우울증과 3년 전 자살을 돌아보면 우울증은 정말이지 암과 아주 흡사하다. 

 

LA에서 청소년 전문 의사로 일하면서 나는 우울증과 정신질환 환자들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소아과 레지던트로 훈련을 받으면서 나는 많은 어린이 암 환자들을 돌보았다. 사람들은 이들 두 질병을 놀라울 정도로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

남편은 첫 번째 결혼에 실패했다. 우리가 만나기 전의 일이다. 그의 전처는 그가 사랑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전적 요소와 유년기의 학대 경험을 볼 때 그는 자신이 평생 외톨이로 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믿었다. 그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예상치 않게 그는 아침에 눈을 떴다. 그 즉시 그는 차를 몰고 UCLA로 가서 정신병동에 입원했다. 치료를 받고 약을 복용하면서 그의 상태는 개선되었다. 그리고는 6개월 후 우리는 만났고, 우리는 곧 서로 소울메이트라고 느꼈다. 그는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와 나는 그의 자살 시도를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았고 항상 전문가의 지원과 치료를 받았다.

우리가 결혼하지 거의 20년이 되었을 때였다. 아이가 둘이고, 집을 장만했고, 할 수 있는 한 타협하며 결혼생활을 했다. 의사소통을 잘 했고, 커플 테라피스트의 상담을 받았다. 

그의 끔찍한 병은 치료된 것만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완치된 것이 아니었다. 일부 암들이 그렇듯이 그의 우울증은 단순히 잠잠해진 것뿐이었다. 그의 첫 번째 자살 시도가 다시는 사랑을 얻지 못하리라는 두려움 때문이었다면 두 번째 두려움은 가족 부양자로서 완전 실패자라는 것 때문이었다. 둘 다 전혀 근거가 없는 생각이었다.

남편의 아버지는 특별한 기술도, 변변한 직업 훈련도 받지 못했다. 50대에 감원된 후 다시는 취직하지 못했다. 60대에 사망할 당시 그가 남긴 것이라고는 엉망이 된 재정이었다.

그는 아들에게 항상 자기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다. 그래서 남편은 전기엔지니어이자 변호사가 되었다. 하나가 잘못 되면 항상 대체할 게 있는 것이었다.

둘 다 전문직 종사자였음에도 우리의 결혼생활에서 어려움은 대부분 돈 문제로 집결되었다. 우리는 지출패턴이 달랐다. 그럼에도 문제를 잘 풀어 나갔고, 타협하는 법을 배웠고, 은퇴를 위한 저축도 했다. 결코 재정적으로 위험한 상태가 아니었지만 남편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걱정을 했다. 

그가 죽기 전 마지막 2년 동안, 업무와 관련한 그의 불안은 점점 심해졌다. 평소보다 잠을 많이 잤고 체중이 줄었다. 그에게서는 생기와 기쁨이 사라졌다. 우리는 결혼 상담을 더 자주 받았다. 문제들을 파악하고 그의 우울증을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남편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나는 지출을 줄였다.

그가 죽기 전 주말, 남편은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 병원으로 데려다 줄까 물으니 그는 괜찮다고 했다. 토요일 날 나는 그의 정신과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 의사가 그와 통화를 하고 돌아오는 화요일로 진료예약을 잡았다. 그는 월요일에 죽었다. 그가 정신과의사에게 한 마지막 말들은 지능이 사라져가는 느낌이라는 것, 그리고 자기 아버지처럼 자신도 실패자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나중에 알았다. 

사망 당시 남편은 20년 동안 그랬듯이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었다. 첫 번째 자살시도 직후 그는 강도 높은 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았다. 암 치료로 보자면 방사선 치료와 화학요법 치료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리고 병은 잠잠해졌다. 

그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암 환자가 하듯 모든 것을 다 했다. 재발 초기 징후들을 성실하게 점검했고, 위험 요인들을 가능한 한 줄였다. 담당 정신과의사는 필요에 따라 복용 약을 바꿨고 우수한 치료와 카운슬링을 제공했다.

하지만 결국 남편이 한 모든 노력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랜 세월 잘 듣던 약을 계속 복용했지만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다. 

숨죽이고 있던 암이 어느 순간 되살아나 결국 환자를 죽게 하듯이 우울증 역시 첨단 의학과 온갖 자원들을 동원해도 결국은 목숨을 앗아가는 만성질환일 수가 있다. 

모든 암이 다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우울증이 다 치료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의 사랑과 남편의 훌륭한 관리라는 튼튼한 토대 덕분에 남편은 우울증이라는 병에 잡아먹히기 전 20년을 그런대로 살 수가 있었다. 

우울증은 암이 아니란 걸 안다. 하지만 두 병이 모두 잠행성일 수 있다. 암은 통제되지 않는 세포분열과 온 몸으로 암세포가 퍼지는 것이 문제이다. 우울증은 신경전달물질들의 작용과 분자들이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다. 

연구진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결과로 본다. 그리고 남편의 정신질환 가족력 그리고 학대받은 유년기를 고려하면 그에게 왜 그런 병이 있는지는 쉽게 알 수가 있다. 

남편은 자살로 죽었다. 하지만 그를 죽인 것은 우울증이었다. 그의 자살은 이성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이 아니라 대단히 복잡하고 어려운 질병의 합병증이자 치명적 결과이다. 암이 몸을 침범하듯이 우울증은 정신을 침범한다. 그리고 불치의 암환자 유가족들이 병의 진행을 멈추게 할 힘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듯이 자살로 죽은 우울증 환자의 유가족들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남편이 몹시도 그립다. 그는 아름답고 명석하며, 섬세하고 부드러운 영혼이다. 하지만 질병으로 인해 그의 삶은 감당하기에 너무도 벅찼다. 

내 남편이 그랬듯이, 우울증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 세상을 떠남으로써 마침내 고통을 멎게 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만든다. 치명적 암을 치료할 방법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하듯이 너무 많은 삶을 짧게 잘라버리는 우울증을 사람들이 극복하도록 도울 길을 찾아야 한다. 

<By Jill Halper, M.D.>

 

 

우울증이 암과 아주 흡사할 때
우울증이 암과 아주 흡사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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