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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윤의 영어 이야기] 기적의 영어를 만난 사람 9

지역뉴스 | | 2019-04-19 21:21:52

칼럼,미셀윤,영어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어렸을 때는 유난히 무서운 드라마나 영화, 이야기들을 사랑했다. 덜덜 떨면서 이불 속에 기어들어가는 한이 있어도 그걸 찾아 보는 일을 즐겼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곰곰 따져보려해도 이성적으로 풀어내기는 힘들다. 그냥 젊어서 그랬나보다로 결론이 나곤 한다. 지금은 도저히 못먹겠는 매운 것들이 좋았던 이유도 결국은 젊어서이기 때문이리라.

습하면서 푹푹 찌던 한여름 어린시절에 전설의 고향에서는 구미호가 등장을 하곤 했었다. 까만 머리 치렁치렁 풀어헤치고 날 왜 죽였어~~라고 흐트끼던 소복귀신들만큼이나 무섭던 구미호의 백미는 역시 무덤으로 냅다 달리면서 돌아다보던 시뻘건 눈일 것이다. 아 정말 무서웠다. 그런데 하여튼 그 자극적인 느낌에 신이 났었다. 눈이 빠져라 기다리다 기어코 보곤 했었다. 늘 늦은 시간에 해서 기다리는 것도 고역이었다.

그 구미호는 왜 그렇게 늘상 무덤으로 향해 달려야 했을까. 구미호의 정체에 대해서 다시 한번 정리를 해볼 필요가 있겠다.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개 달린 여우이다. 꼬리가 아홉개라니. 이거 심상치 않다. 맞다. 구미호는 심상치 않은 여우이다. 하도 오래 살아서 이제 사람이 될 수도 있는 레벨에 있는 독특한 여우이다. 그런데 암만 꼬리가 아홉개씩이라고 해도 사람이 그냥 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구미호는 사람 세상에 가서 사람들과 어울려서 일정 기간을 살아내야 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아버지 여우, 오빠 여우의 만류를 무릅쓰고 기어이 사람 세상으로 내려간다. 가서는 착한 총각을 만나 부부의연을 맺고 홀시어머니와 알콩달콩 살아간다. 거기에는 흔하디 흔한 부부간의 성격차이도 없고 고부간의 갈등은 더더구나 없다. 현모양처가 바느질도 하고 냇가에 가서 빨래도 하면서 보는 사람이 흐믓하게 지낸다.

그렇게 일정시간이 지나서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럴 리 없다. 드라마다. 지어낸 얘기이다. 반드시 고난과 고통의 과정이 있어야 한다. 이것저것 훌륭하게 사람일을 수행하는 구미호에게 말못할 사정이 있었다. 사람의 일들을 그럭저럭 해내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사람의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구미호가 암만 사람의탈을 쓰고 사람의 번듯하게 해내고 있어도 구미호의 속은 완전히 여유였었던 것이다. 속이 여우인데 어떻게 사람의 음식을 먹는단 말인가.

둔갑을 해서 사람의 모양을 한 여우였던 구미호의 아픔은 결국 겉과 속이 다르다는데 있었다. 겉은 사람이나 속은 여우였으므로 사람의 일도 해야 했고 여우의 일도 해야 했다. 겉은 사람이나 속은 여우였으므로 사람의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사람이 일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의 무덤 출입은 둔갑을 한 여우의 한계였던 것이다. 둔갑을 해서 감쪽같이 사람이라고 속이며 살고 있던 구미호가 시어머니와 남편에게 사정얘기를 하고 무덤에 좀 다녀오겠다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맞다. 그녀는 사람들을 속이고 살고 있었으므로 사람들을 속이고 무덤에도 다녀와야만 했다. 절대 벌건 대낮에 당당하게 다녀올 수 없었다. 고달프기가 이루 말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영어문법에 딱 구미호같은 것들이 있다. to부정사, 동명사, 분사가 그것들이다. 이것들은 태생이 동사다. 구미호의 태생이 여우인 것처럼 이것들의 태생은 동사이다.

동사는 동사대로의 성질이 있다. 주어를 가진다든지, 시제변화를 한다든지, 목적어, 보어 부사등을 대동하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여우가 채식을 할 수 없고 육식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구미호가 둔갑을 해서 감쪽같이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사람의 하면서 사는 것처럼 to부정사, 동명사, 분사도 둔갑을 해서 감쪽같이 명사, 형용사, 부사라고 말하면서 살고 있다. 무덤출입까지 몰래 하면서 구미호의 삶이 고달팠던 것처럼 to부정사,동명사, 분사의 삶도 고달플 수 밖에 없다.

영어가 어려워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말 많다. 그들은 영어가 문법이 어렵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골치가 아파서 혹은 감당이 되지 않아서 가까이 할 수가 없다고들 한다. 그런데 영어가 어려운 이유는 문법때문이 아니다. 양을 채우지 못해서이다. to부정사, 동명사, 분사같이 어려운 것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렇게 제대로 이해를 하고 시작을 하면 또 별것도 아니다. K63님도 그랬다. 문법때문에 영어를 두려워 하던 시절을 딛고 양으로 승부를 했다. 쓰기도 그랬다. 이런 식으로 문법을 아주 뿌리부터 쉽게 이해를 하는 노력을 하면서 양으로 승부를 했다. 무조건 많이 훈련했다. 쓰고 또 썼다. 그럼 쓰기가 해결이 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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