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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법무사팀

[행복한 아침] 기다림이 기다리는

지역뉴스 | | 2017-05-27 20:20:05

행복한아침,김정자,수필,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가정의 달 5월이 물처럼 흘러가버리고 5월이 소강되고 있는 시니어 아파트의 아침은 여린 햇살을 안고 하루를 일으켜 세우느라 푸른 안개를 거두어 들이고 있다. 은연하고 그윽한 기다림으로 하루 하루를 소모하며 햇살을 반기고 있는 노구를 나붓한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외로움을 너그럽게 거두어들이려 걸음마다 적막을 밟고 있다. 비워내고 쏟아버린 상념들로하여 잽싸지 못한 걸음이지만 하냥 가벼워 보인다. 욕구와 야망이 빠져나간 자리에 영원한 처소를 향하는 안온한 평안이 깃들어 있음을 본다. 하루들이 만들어낸 나이테는 기다림의 파륜으로 서성이고 아슴푸레한 쓸쓸함을 데불고 추격하듯 곁에 다가와 있음에도 파문없는 넉넉함이 채우고도 남음으로 깃들어 있다. 노을이 깔리는 저녁 나절이면 손 등에 햇살을 받아보며 외로움을 추스른다. 추억 밟기에 몰두한 눈동자엔 고적한 바람이 배회한다. 기다림으로 하루를 채우고 새로운 기다림을 기약하며 하루를 접는다. 

기다림을 위한 기다림이 허기진 사랑을 대신 할 수는 없지만 기다림의 세월은  또 다른 기다림을 기다릴 수 있도록 너그럽게 낡은 노구를 등 뒤에서 말 없이 안아 준다. 때로는 일삼아 기다림을 택했던 적도 있었을 터이다. 막연한 기다림 속으로 밀어 넣어버린 숱한 삶의 실타래 들이 지금도 얽혀버린 채 숨을죽이고 고여 있을 것이다. 유년의 기다림은 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는 기다림. 옆집 언니가 학교에 입학 했기에 내년이면 학교에 갈 수 있다는 기다림. 명절이면 새로운 때때옷을 입을 수 있기에 명절을 기다리던 동심이었다. 연필을 잡고 책을 읽으면서  유년의 맑은 기다림은 퇴색되어 가고 가끔은 외면해 버리고 싶은 기다림들로 삶의 무게를 조금 씩 적루해가며 성인이 되어가고 어느새란 말을 입에 담기도 전에 기다리지 않았던 노년으로 다가가게 된다.  노년의 섬세한 눈물로 기다림의 시간들이 직조되고 있다. 기다림을 위한 시간들을 피하려 하지 않는다. 어떤 대상을 기다리든 어떤 상황을 기다리든 노년의 기다림은 기대와 바램의 요소가 담긴 것이 줄어들고 어느덧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다림 끝에 더 이상 아무도 아무것도 기다릴 의미가 없음을 감지하면서도 기다림의 끈을 붙든 채 기다림에 기대며 남은 날들을 걸어 갈 수 밖에 없나보다. 이미 숱한 좌절과 기다림의 허상을 만져 보았기에 어쩌면 노년의 기다림은 어떤 기다림 보다 깊고 아름다운 눈물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노년의 때에 가장 심오한 기다림은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순리처럼 누구에게나 다가오고 있음을 감지하며 음미하며 깊이 사색하며 자연의 순리라며 초연한 모습으로 맞이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세상을 떠나는 것은 인생의 마지막인 동시에 완성의 순간이라서 불청객으로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생을 어루만질 수 있는 여백을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건널목으로 만들어가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 아름다운 매듭으로 마무리해 내는것이 노년의 보람이 아닐까. 남은 생에 대한 마중물이라는 넉넉한 결론을 얻어 낼 수만 있다면 가능한 기다림이리라. 언젠가는 다가올 것이고 언젠가는 받아들여야할 죽음과 마주한 인간에게 희망과 찬양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창조주의 약속과 은혜를 받아 들이는 것 뿐임을 명심하면서. 

우리 안에 소망으로 자리 잡아온 확신하는 믿음만이 세상을 버려야하는 두려움과 낙담으로 부터 자유함을 확고하게 붙들수 있을 것이다. 하늘에 구름 오가듯 가벼운 모습으로 영혼과 노구를 맡껴야 하리라. 되돌아 갈 수 없는 아늑하게 서려있는 세월들일랑 추억의 아름다운 오색실로 엮어 기다림의 단추를 풀고 주름진 목에 걸어두며, 남겨진 시간 산책을 위해 믿음의 등불을 노을이 깔리는 길목에 세워두고, 확신으로 살아온 믿음의 선진처럼 은혜로 길잡이 삼으며 기다림이 기다리는 언덕길로 들어서야 하리라. 새로운 열림이라서 낯설긴 하겠지만 신선한 기다림이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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