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 권명오.
수필가·칼럼니스트
Ⅰ한국 38년(66회)
마지막 연극과 소극장 개척자들
세익스피어 원작 '안토니오 크레오 파트라'가 끝난 후 연극협회와 국립극장 공동 주최로 연극 활성화를 위한 소극장 경연대회가 시작됐다. 극장과 무대장치와 조명 등 모든 비용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신무대 실험극회” 도 참가하게 됐고 작품은 이철향씨의 '제 5 계절' 이었으며 연출은 MBC 라디오 PD 백민씨였다. 연기자는 나와 최불암, 전운, 최정훈, 강부자, 나문희, 권미혜, 최지민씨 등 이었다. 그 동안 공연이 중단됐던 '신무대 실험극회' 회원들이 다시 모여 공연을 하게 된 뜻깊은 작품이었고 회원들은 그 연극을 준비하면서 계속 연극에 전념키로 굳게 결의를 했는데 각박한 현실 때문에 더 이상 연극을 못하게 됐고 그 공연이 나의 마지막 연극이 됐다.
초창기 '신무대 실험극회'는 열정이 넘쳤던 나와 이철향, 최불암, 김재형, 전운, 최정훈, 태현실, 강부자, 허정심, 나문희, 권미혜씨 등 이였는데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TV 영화 등 각자 제 갈길을 가게 돼 어쩔수 없이 연극을 중단하게 됐다. 그래도 그 당시 역경의 가시밭 길을 헤치며 소극장 운동을 하던 연극 학도들이 한국 연극과 영화와 방송에 빛나는 역활을 한 개척자들이다. 고인이 된 윤계영, 김순철, 전운, 이진수, 김동훈, 이낙훈, 여운계씨와 연출자 황운진, 이기하, 김재형, 허규, 이철향, 최지민씨가 있고 60년대 초 부터 소극장 운동을 한 사람들 중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연기자는 최불암, 이순재, 박근형, 강부자, 김혜자, 최정훈, 오지명, 김인태, 오현경, 임동진, 나문희, 이묵원씨등과 극작가 이재현씨와 연출자 정일성씨가 있고 그들은 각박한 60년 초부터 연극을 위해 피나는 고난을 헤쳐온 개척자들이다. 미친 듯 연극에 몸 바쳐온 최고의 전사들이다.
그 중에 나는 꿈을 접고 하차한 패자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배우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 이민을 선택한 낙오자인 것이다. 70년 초부터 TV 드라마 프로가 약간 증가됐지만 해마다 모집한 탤런트 숫자에 비하면 형편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그 때문에 미래를 생각 하면서 경제적 안정을 위해 청량리 집을 팔고 삼양동에 점포 3개가 있는 상가 건물을 사게 됐다. 구청에 등록돼 있는 무허가 건물인데 방이 4개에다 점포가 3개 있는 집이라 셋돈만 받아도 생활이 충분했다. 방송 출연이 없어도 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게 됐을 때 KBS – TV 방송국에서는 TV 드라마 활성화를 위한 각 대학 TV 드라마 경연대회를 개최 했는데 내가 우연히 명지대학이 신청한 신일석 작 '만선'을 연출하게 됐다. 연극과 연기에 대한 지식이 백지상태나 다름없는 학생들이라 기초부터 하나하나 일일이 다 가르쳐야 할 형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