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의 최대 수혜자는 아무래도 평양냉면인 것 같다. 전국이 ‘평양냉면 앓이’에빠졌다.

평양냉면 전문점이 밀집한 서울뿐 아니라 대전, 대구, 부산 등 평양냉면 음영지역으로 여겨지던 지방에서도 평양냉면을 발굴하고 다시 보는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냉면 유머 덕에 기존의 평양냉면 마니아들과 호기심이 동해 처음 평양냉면을 맛보는 이들이 뒤섞여 새삼 평양냉면집 앞에 줄을 서는 풍경이다.

북의 옥류관 냉면과 남의 평양냉면은 사뭇 달라져있었다. 달라진 서로의 냉면을 두고 한탄도 나왔고, 환호도 나왔다. 서로의 다름, 그리고 그 다름을 대하는 태도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달라 봐야 그리 다르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식초와 겨자를 치고 양념장을 듬뿍 얹어 먹는 평양의 간장 향 평양냉면이나, 나오는 그대로 맑은 채 먹으라는 서울의 평양냉면이나 어쨌거나 메밀을 기본으로 해 만든 면을 고기 육수를 기본으로 한 찬 육수에 말아먹는 원형이 같다. 남도의 진한 김치와 경기도의 맑은 김치가 달라도 그리 다르지 않은 것과 같이.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실향민들의 그리움을 달래는 음식이었던 평양냉면이 ‘힙스터의 음식’이 되고 ‘면스플레인(냉면은 어떠해야만 하고 어떻게 먹어야만 한다고 설명하는 행위) 논란’의 주인공이 되고 ‘냉면 외교’라는 말을 낳는 동안 평양냉면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음식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앞으로 남과 북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지만 자유로운 교류에 대한 기대를 품어본다면, 가장 기대되는 건 북한의 다양한 음식을 만나는 일이다. 냉면만큼이나 다르지만 같을 테고, 색다른 만큼 낯설지만 익숙하게 맛있는, “별 맛일 것”이다.

이번 주말, 역사보다 한 발 앞서 북한의 맛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북한을 여섯 개 지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다른 특성을 지닌 북한의 대표 음식을 정리했다. 한식진흥원의 ‘북한의 전통음식’ 연구를 토대로, 주말 동안 집에서 시도해볼 수 있을 만한 무난한 메뉴를 두 가지씩 선정해 소개한다. 해당 연구는 고문헌과 북한의 현대 조리서, 실향민, 북한이탈 주민과 북한음식 전문가 자문 등을 기초로 해 북한의 음식 문화를 체계적으로 망라했다.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북한의 음식 문화가 계승되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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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이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북한엔 평양냉면 외에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 평양-온반과 어복쟁반

‘택리지’에선 평양을 오곡과 목화 농사에 적당하고 밭농사가 주를 이루지만 논농사도 일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해 해안지대와 평야지대, 산간을 고루 포함한 지역이라 먹거리가 풍부하고 음식 종류도 다양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임원십육지’ ‘도문대작’ 등 고문서에 따르면 숭어, 조개, 삼, 웅어, 면어, 굴, 쏘가리가 많이 나는 것으로 되어 있고, ‘해동죽지’에선 도리탕, 어죽, 냉면, 감홍로가 특산물로 규정돼있다. ‘임원십육지’에선 수박이 맛 좋은 곳으로 손꼽혔다. ‘조선만록’에선 평양 약밤(군밤)을 특히 별미로 소개했다. 국수, 떡 등 곡물 가루로 만든 음식과 김치, 동치미, 젓갈 등 저장음식이 발달했고 평양냉면, 평양온반, 동치미, 숭어국, 쟁반국수, 녹두지짐 등이 대표 음식으로 꼽힌다. 

평양온반

남북정상회담 이후 평양냉면이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북한엔 평양냉면 외에 다양한 음식들이 있다.

▦ 재료 쌀, 간장, 녹두지짐, 양념간장, 닭고기, 참기름, 달걀, 파,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후추, 실고추, 깨소금

▦ 녹두지짐 재료 녹두, 돼지고기, 돼지기름, 배추김치, 파, 소금

▦ 만드는 법

1. 불려서 껍질을 제거한 녹두를 갈고 삶은 돼지고기와 김치는 작게 썰어 섞은 후 돼지기름에 녹두지짐을 부친다.

2. 닭고기는 삶아 찢어서 깨소금, 간장, 파, 후추가루로 무치고 국물은 깨소금, 간장, 후추가루로 양념한다.

3. 표고버섯과 느타리버섯은 데쳐 닭고기와 같은 굵기로 썰어 볶고 달걀은 지단을 부쳐 가늘게 썬다.

4. 흰쌀로는 되게 밥을 지어 그릇에 담고 녹두지짐과 닭고기, 버섯들을 얹은 다음 국물을 붓고 실파, 실고추, 달걀 지단으로 고명하여 양념간장과 같이 낸다.


어복쟁반

▦ 재료 소고기 살코기 부위, 파, 달걀, 마늘, 배, 참깨, 간장, 고춧가루, 참기름, 실고추

▦ 만드는 법

1. 소고기를 삶아 얇은 편으로 썬다.

2. 간장, 참기름, 다진 파와 마늘, 참깨, 고춧가루로 양념장을 만든다.

3. 쟁반에 고기, 쪽으로 썬 달걀, 채친 배를 담고 달걀 지단, 실파, 실고추로 고명하여 양념장과 같이 낸다.


◆ 새우비빔밥과 미역게장국

분단도인 강원도의 북쪽 지역. 남쪽 강원도가 그러하듯 동해에 접해있고 산간지역이 많아 해산물 요리와 산나물 요리가 발달했다. 산나물 중 금강산에서 나는 광명 곰취가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명재료다. 감자수제비, 옥수수 범벅을 위시해 감자, 옥수수로 만든 음식이 많고, 메밀도 흔해 총떡, 메밀국수가 다양하며 김칫국에 메밀국수를 만 막국수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명태, 가자미, 도루묵 등 해산물로 만든 식해도 종종 먹는다. 해초가 풍부하고 옥수수 등 여타 잡곡도 많이 난다. 사치스럽지 않고 소박한 기풍에 조리법은 비교적 간단하고 맛과 향기를 살리는 동시에 양념이 강한 것도 특징.


새우비빔밥

▦ 재료 쌀, 감자, 새우, 완두콩, 양파, 식용유, 소금, 후추.

▦ 만드는 법

1. 밥을 되게 짓는다.

2. 새우는 끓는 물에 데쳐 껍질을 벗기고 감자와 양파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놓는다.

3. 팬에 기름을 두르고 양파와 감자, 완두콩, 새우를 볶다가 밥을 넣고 섞은 다음 소금과 후추를 쳐서 낸다.


미역게장국

▦ 재료 미역, 털게, 소금, 실고추, 간장, 후추, 파, 마늘, 참깨.

▦만드는 법

1. 미역은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 적당한 크기로 썰고 털게는 쪄서 다리살과 게장을 뽑는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게장과 다리살을 넣고 끓이다가 미역을 두고 다시 끓을 때 소금과 간장을 넣는다.

3. 마지막에 실파, 실고추, 다진 마늘, 후추, 볶은 참깨를 뿌려 낸다.


개성 무찜

▦ 재료 무,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달걀, 밤, 대추, 은행, 잣, 파, 후추, 깨소금, 간장, 참기름, 설탕

▦ 만드는 법

1. 채 썬 무를 살짝 데친다.

2.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는 얇게 저며 양념으로 재웠다가 살짝 볶는다.

3. 고기와 대추, 밤, 은행을 무에 섞은 다음 양념을 넣고 서서히 끓여서 삶은 달걀과 잣을 가운데에 얹어 낸다.

<이해림 객원기자, 사진=한식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