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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겨울 산의 함축

지역뉴스 | | 2018-02-10 19:19:18

칼럼,행복한아침,김정자,겨울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거대한 스톤마운틴 산자락에 붉은 기운이 나무며 계곡, 다양한 트래일 코스와 구릉까지 물들이며 우람한 바위산의 아침을 밀어 올린다. 어느 땐 짙은 안개가 바위산 주변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어 마치 구름 위를 거니는 아득한 요연의 순간을 만난 이후로는 혹여 그 순간이 다시금 만나질까 기대하며 산을 찾곤 한다. 나목의 마지막 절정인양 빈가지의 아름다움이 절경을 이룬 한겨울 정경 속에서 나 목처럼 헐벗은 아린 세상이, 세찬 바람이 나목의 빈 가지를 휘두르고 지나가듯 세상을 흔드는 드센 세정이 겹쳐 보인다. 겨울산은 더는 모진 추위를 불러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듯 장대한 기개를 추스르는 모양새다. 몸부림하듯 솟구쳤던 바람이 나목 사이로 머물듯 서려있어 바람소리가 세미한 울음처럼 토해지고 있다. 겨울바람은 나목을 어루만지며 나목의 언어를 실어 나른다. 나목은 바람으로부터 생명을 나눔 받으려 부단히 연록의 꿈을 키워내며 바람의 소요를 기다린다. 나목과 나목이 나누는 맑은 언어의 향이 폐부 깊숙한 곳까지 어루만져준다. 겨울 산은 인간의 훼파에도 끊임없는 자소로 무마를 이루어가려는 묵언의 겸손이 우렁차다.

 

나목도 바위산에 머무는 바람도 어김없는 어우러짐으로 서로의 길잡이가 되어 겨울산의 함축을 그려내고 있었다. 바위산 주변의 둔덕이나 계곡 사이로 여러 갈래의 트레킹 코스가 즐비해 있어 가랑잎 덤불을 손으로 헤쳐내며 길을 만들어가는 소담한 기쁨이 있다. 낙엽으로의 순환에도 쉼 없는 사이클의 주기가 되풀이되고 어느새 가랑잎으로 밟히고 밟혀 더 이상 부서지질 것 없는 찢겨진 조각으로 삭혀져 버린 가랑잎 조각들이 애잔하기 보다 어쩌면 저리도 평화로울까 싶다. 흙으로 돌아가기 위한 생채기가 생명의 잉태를 예증해 보이려는 몸짓 같다. 더 이상 부서질 것이 없어 보이는 낙엽더미를 한줌을 손에 얹어 훅 불어본다. 제 기쁨을 다 누렸노라며 마땅히 갈 길을 가노라며 먼지처럼 훌훌 날아간다. 오솔길을 가로막고 있는 뿌리째 벌러덩 누워버린 아름드리 나무들이며, 속살이 다 드러나 곧 쓰러질 것 같은 수령이 깊어 보이는 나무도, 넝쿨에 덮여버린채 제 몸 말라가는 것도 속수무책인 측은지심 나무들, 성한데 없는 나목들의 버팀을 보며 겨울산의 인자로운 비워냄 앞에 숙연한 위로를 붙든다. 계절 중 가장 풍요로운 겨울산의 또 다른 면모를 본다.

 

세상살이도 인정도 냉혹하게 이 겨울을 지나고 있다. 살다 보면 예기치 못한 일로 깊숙한 유폐를 자처할 때가 있다. 때로는 욱신거리는 상흔의 흠집의 강도가 강할 땐 송곳처럼 의식을 찔러댈 때도 있지만 겨울에 만난 비탄은 겨울산을 찾다 보면 혹독한 울분이 응어리로 고여있던 가슴이 쓸어 내려지고, 겨울하늘마냥 청명하게 심중을 탁 트이게 해주는 겨울산의 충언이 실로 귀하다. 안도의 가슴으로 바라보게 되는 겨울산에는 시공이 열리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광을 드러내고 있어 온갖 무거운 감성의 심사들을 내려놓고 침울하고 무지근했던 시간들을 잊음 할 수 있는 것 같다. 버림이 새로움을 잉태하는 고고한 섭리를 함축한 겨울 산에서 아픔을 환한 기쁨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의기를 얻고 비감이 숙성된 진한 기쁨을 담으려는 몸짓으로 가슴을 활짝 열고 야호를 외쳐본다. 메아리 없는, 우렁참 없는, 볼품없는 야호였지만 비교할 수 없는 웅장하고 장열한 외침임을 천명하고 싶다, 겨울 하늘과 맞닿은 나목의 경관이 구비치고 있다.

 

나목과 바람이 풍경을 만들어내는 능선을 따라 요요한 숲길 쪽으로 걷기를 즐긴다. 숲길은 나목 사이를 휘젓고 다니는 겨울바람 조차도 온유하다. 겨울산은 생명의 기원을 거슬러 생령의 요체로 숱한 생명을 함축하고, 살아서 숨쉬고 자라고 성숙하고 움직일 수 있는 힘을 품어내는 친숙한 모정 같다. 겨울산을 기림은 계절의 여울을 안고 결결이 흐르는 햇살과 무연의 지축의 울림까지 실마리를 더듬어 평온을 찾아내려는 모색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일 게다. 나목과 소나무의 동화가 저희들만의 주고받음의 난만함 속에서 뿌듯하게 차오르는 유열의 풍요가 은은하게 전해온다. 겨울산은 세상의 관심에서 버려지듯 밀려나 버렸지만 홀로 외로워도 여전히 꿈을 머금고 저 혼자서도 푸름과 위용을 지니려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여름산이나 가을산 보다 생명의 무성함을 기대하는 너그러움의 완만함까지 함축한 여유와 관대와 아량의 몸짓이 드팀이 없어 더욱이 돋보이는 겨울산을 새롭듯 우러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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