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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아름다운 흔적을 위하여

지역뉴스 | | 2017-01-14 19:19:20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눈 태풍를 예고했지만 우리 마을엔 나목에 얼음 꽃을 피우고는 한나절을 견디고는 흔적을 지워버렸다. 눈을 기다렸던 마음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자연의 거드름으로 받아들여야 할찌, 아니면 눈사태를 겪지 않게 된것에 감사를 해야 할찌. 겨울이 다하기 전에 포근한 설경을 기대해본다. 흔적을 남기는 것과 흔적이 남겨지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의 줄기가 눈꽃처럼 피어난다. 흔적이란 종잡을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숱한 흔적을 남기는 것들을 좇으며, 흔적이 보이는 것에 집착하기도 하며, 흔적을 없애기도 한다. 현실의 실체가 없어지더래도 그 뒤에 남은 자국들이 그 자리를 보존하기도 하며, 그 모습을 기억해내며, 흔적의 보람을 찾으며, 자취를 더듬고 종적을 탐구하게 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바람은 보이진 않지만 흐름의 흔적을 남기고 황폐를 남기기도 한다. 필기도구는 종이에 흔적을 남기고, 생각은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집승은 가죽으로 흔적을 남기고, 사람은 살아온 향기를 흔적으로 남기는 것이라서 좋은 흔적 남기기에 집중하는 정유년이 되었으면 한다.  바람같은 세월이 남긴 흔적들을 흐르는 시간의 프리즘을 통해 삶의 가르침을 익혀왔던 것 같다. 시간은 물결처럼 우리네 삶의 신비를, 우리네 삶의 향기를 흔적으로 남기고 있었던 것이다. 삶의 향기가 남긴 흔적이 문화로 남겨지고 예술로 승화하는 것이라 했다. 새해를 보람차게 최선을 다하려는 몸짓으로 사람들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한 해동안 어쩔 수 없이 남기게 된 흐트러진 흔적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새해 새햇살이 선뜻 다가와 버렸다. 세월을 거스를 수만 있다면 맑고 순전한 흔적만을 남겨두고 초췌한 흔적들은 거두어 들이고 싶지만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그림자 같은 흔적인 것을 어이할꺼나. 흔적이 남겨진 자리엔 그 날들의 모습이나, 보람들이 종적으로 자국을 남기게 된다. 살아온 발자국들이 어디를 향해 가고있었는지, 세월이 가자는 대로 순순히 따르기만 했는지. 그토록 자신있는 발걸음이었는지, 문득 망설여진다. 세월의 앙금을 의식하며 눈여겨 살펴 보았던가, 삶을 향해 부어온 정성의 결정체가 흔적으로 남겨짐을 정중히 받아들이며 살아왔던가. 흔적을 남기지 않는 소리의 여운은 세월을 갉아먹고 세월의 여운은 노년층에 들어섰다는 낮으막한 소리에 침묵을 익힐 수 밖에 없음이라서 허망하기도 하지만, 세월의 우직함과 변함 없음의 무게를 값어치로 따질 수 없는 눈부심이 있기에 세월에 실린 흔적들이 퇴적물처럼 고고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새삼 돋보인다.  소리의 흔적은 온 땅에 가득하고, 물의 흐름은 지층에 흔적을 남기고 인류의 생존을 위해 생성을 쉬지 않으며 여전히 변함없이 흐름의 흔적을 이어가고 또 이어갈 것이다. 흔적없이 사라진 섬이며 지형과 강들도 있다. 사막 위에 세워지는 도시는 사막의 흔적을 지우고 사람 사는 흔적을 남기려한다. 파도는 수억번의 몸부림에도 흔적을 남길 수 없어 태고부터 영원까지 몸부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흔적이 없는 감성의 움직임도 있다. 절절함으로 지워지지 않는 기다림이나 그리움, 잠깐 스치고 지나간 인연이 남긴 흔적, 잊고 싶은 사랑의 상처는 그 기억을 서둘러 지우고 있으매 사랑한다는 건 흔적을 남기는 것이리라. 비행흔적으로 푸른 하늘에 구름으로 뚜렷하게 그려졌던 비행운이 시간이 지나면 사리지듯, 배가 지나간 흔적도 파도에 섞이는 것이 흔적의 묘미요 그 본체요 진면목이다. 유년시절에 겪었던 한국전쟁의 흔적과 맞물린 이민자의 고달팠던 흔적들을 세월이 빚어낸 지평선 너머로 피어오르는 아슴한 술회를 토로하고 싶어진다. 고국에서 태어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고 먼 이방으로 건너온 흔적들이 굵은 획을 긋기도 하고 가물가물한 기억의 흔적들로 삶의 해변에 남겨져 파도에 씻겨지고 있다. 어쩌면 고운 추억만을 품으며 흔적으로 남기고 싶음이 본능이겠지만 혹자는 업적이나 기록이나 남기고 싶은 작품들로 흔적을 남기고 싶을찌도 모를 일이다. 지금 까지 남긴 흔적들과 남은 날 동안 만들어갈 흔적들을 위해 새해벽두에는 욕심 없는 맑은 흔적을 남기고 싶음에 대해 고심해보려 한다. 아름다운 흔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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