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행 비행기는 대륙을 횡단해 해질 무렵 워싱턴 달라스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우리는 그곳에서 입양아 향이를 기다리는 미국인 부부와 입양을 알선한 한국인을 만나 향이를 보내게 됐다. 그런데 어린 향이가 싫다고 아내를 붙들고 펄펄 뛰며 안 가겠다고 결사적으로 울며불며 악을 쓰는 바람에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게됐다. 어린 향이가 절망의 순간 우리 가족을 의지하면서 정이 들어 말도 하고 음식도 먹기 시작 했는데 또 낯선 사람들 그것도 외국사람들한테 가라고하니 얼마나 두렵고 슬프고 기가 막혔겠는가 ? 우리 가족은 향이 때문에 또 한번 말 못할 아픔과 슬픔의 순간을 겪게 되었다. 향이가 울부짖고 떠난 공항에 적막한 어둠이 짙어지는데 어찌된 일인지 마중 나오기로 한 친구들이 보이지 않아 불안해졌다. 준비한 동전을 들고 공중전화를 찾아 유흥주씨 부인에게 전화를 하니 공항으로 출발했으니 걱정말고 기다리라고 하는데 바로 그때 스피커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어디서 부르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처음 도착한 미국공항이라 분간 할 수가 없어 물어 물어 찾아가니 공항직원이 전화를 연결해 주어 받아보니 마중 나오기로 한 유흥주씨다. 그는 지금 워싱턴 국제공항에서 달라스 공항으로 가는 중이니 걱정 말라며 마중나온 차가 다섯대나 된다고 했다. 후에 안 일인데 시애틀 공항에서 입국심사와 세관검사를 하느라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 돼 워싱턴 국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놓치고 워싱턴 달라스 국제공항행을 탔기 때문에 혼선이 생겼던 것이다. 급히 달려온 유흥주씨와 다섯 명의 정도오피스 친구들과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공항을 출발해 신나게 벌티모어를 향해 국도를 달렸다. 유흥주씨는 잘 왔다고 환영을 하면서 정도오피스를 통해 이민 온 친구들도 모두 다 직장을 구해 잘들 살고 있다며 아무 걱정 말라고했다. 우리 가족은 벌티모어 메릴랜드 인근 그렌버니라는 소도시에 있는 유흥주씨 아파트에 임시 짐을 풀었다. 유흥주씨 부인이 준비한 한식으로 저녁을 끝내고 일단 동태를 파악하기로 했는데 유흥주씨가 그날 저녁 이민사업을 하는 신대영 사장과 애틀랜타 조지아를 가기로 했다며 같이 가자고 해 주책 없고 겁도 없는 나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만리타향 낯선 곳에 가족을 놓아둔 채 길을떠났다. 모험심이 강한 나는 당장 할 일도 없고 또 기회가 왔을 때 미국 구경부터 하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세사람은 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리다 노스캐롤라이나 85번 국도 휴게소에서 눈을 붙인 후 동남부 최대의 도시 애틀랜타에 도착했다. 그당시 애틀랜타는 조용하고 깨끗한 시골과 같았고 285 순환도로도 한산하고 보이는것은 나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