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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법무사팀

[독자투고] 자서전을 씁시다

지역뉴스 | | 2019-03-27 20:20:00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그동안 틈틈이 써두었던 글들을 한데 모아 지난해에 책으로 엮어 손주들에게 한 부씩 나눠주었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역사에 우뚝 섰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제목은 <너의 시를 쓰라!>. 5부 발간에 소요된 경비는 총 25달러였다. 

요즘은 지내온 내 삶을 총정리하는 ‘자서전’ 출간 준비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밥만 먹으면 도서관에 가거나 서재에 틀어박혀 글을 쓰고 있는 남편을 아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나 보다. 아내가 마뜩찮은 표정으로 한마디했다.

“아무도 읽어주지도 않을 책을 쓴다고 그러지 말고 새 취미를 찾아봐요. 백 목사님이 자기가 쓰던 색소폰을 당신에게 물려주겠다고 하시니 이번 기회에 한번 배워 보세요. 얼마나 좋아요.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해 줄 수 있고…”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악보도 읽을 줄 모르는 남편더러 섹소폰을 배워보라니... 

“여보, 내가 글을 쓰는 건 누가 읽어달라고 쓰는 게 아니에요. 그저 기록으로 후손들에게 남기면 그것으로 만족해요. 혹시 누가 알겠어요. 대대로 전해지다 보면 100년, 200년 후쯤 이 책이 빛을 보게 될지…요즘도 가끔 옛 선비들 가문에서 선조들의 서화나 문집이 발견되어 빛을 보듯이 말이에요.”

아내는 가당치도 않다는 표정이다. “꿈도 야무지셔.”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일본인들의 기록하는 습관은 유명하다. 이들은 무엇이든지 기록해서 남긴다. 1985년 8월 12일 일본에서 JAL기 추락사고로 승객과 승무원 520명이 몰사했을 때, 세계는 그 엄청난 인명 피해에 놀란 것과 함께 승객들이 그 최후의 순간을 종이쪽지에 유서나 글을 남긴 철저한 기록정신에 다시 한 번 경탄했다. 

특히 당시 사망한 어느 승객 부부는 기체가 추락하는 최후의 순간에 죽음을 앞두고도 기내의 생생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고, 그 후 그 사진이 아들에 의해 세상에 공개돼 다시 한 번 일본인들의 철저한 기록정신을 세계에 알려주었다. 아직 스마트폰이 생기기 훨씬 이전의 일이다. 

이처럼 일본인들은 주변의 모든 일을 꼼꼼히 기록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철저히 관리한다. 그들은 기록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적당히 머리속에 기억하려 한다. 그러다가 잊어버려도 그만인 식이다. 

우리나라엔 기록문화가 너무 없다. 무엇인지를 규칙적으로 기록한다는 것 자체를 귀찮아한다. 그래서인지 역사적으로 왕실의 공식적인 사초를 제외하곤 일반서민생활의 기록을 찾아보기 힘들다. 비록 기록하고 싶어도 필화가 두려워서 기록할 수가 없었으며, 그나마 있었던 기록도 수많은 병화에 소실되어 버렸다. 한국인은 자신의 생활과 경험을 정리하고 기록하는 일에 너무나 소홀하다. 또한 기록물을 소중하게 여길 줄 모른다. 

기록을 남기고 정리하고 그리고 보관하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록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과거를 반성하고 나아가 미래의 방향을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록은 정확성과 치밀성을 의미한다. 시간 앞에서 끝까지 기억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기억은 언젠가 잊혀지지만, 기록은 자자손손 대대로 이어진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그래서 ‘역사는 없고 오직 사관만 있을 뿐’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후세의 사람들은 오직 기록을 통해서만 역사를 배운다. 기록이 역사를 이끌어간다. 그만큼 기록이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서 받아들이는 삶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의 답은 같을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살든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의미 있는 이야기 거리가 있다. 누구에게나 한 편의 인생 드라마는 있다. 오래 살았건, 아직은 창창하게 남은 인생이 있어 비교적 젊건, 누구에게나 남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요즘 국내에서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몇몇 평생교육원이나 사회복지관, 은퇴자를 위한 주거단지 같은 곳에서 자서전 쓰기 강좌가 인기라고 한다. 더구나 디지털인쇄기술이 발달하면서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자서전을 만들 수 있다. 관심만 있다면 누구도 기록해주지 않는 ‘나만의 삶’을 글로 옮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자서전은 하나뿐인 내 삶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다. 자서전은 나의 희로애락과 고군분투가 녹아 있는 인생 그 자체이며, 개개인의 역사서다. 내가 언제부터,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았는지를 기록한 책이다. 본인이 그 시대를 서술하는 사관(史官)이 되는 것이다.

잘 났건 못 났건 어떤 삶은 다른 삶의 거울이다. 모두가 모두의 반영인 것이다. 서로의 그림자에서 눈부처에서 ‘나’를 읽는다. 다른 이들의 삶만 잘 챙겨도 반타작 이상은 하는 연유다. 

또 책이라는 매체가 주는 의미도 각별하다. 내가 저자이고 주인공이다. ‘특별할 것도 없는 내 삶도 기록으로 남기면 역사가 된다. 개인의 역사가 모여 큰 역사가 된다. 내 삶을 정리하고 보니 ‘그동안 헛살지는 않았구나!’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독자투고] 자서전을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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