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규제...절망과 분노
자녀등교거부운동도 주목
또 다시 교육현장에서 총기참사 사건이 불거지자 미국 시민사회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부실한 규제로 참극이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연방 정치권과 주 정부의 '철옹성' 같은 총기 옹호정책이 좀처럼 바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대해 사회 저변에서 절망과 분노,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한데 뒤엉켜 쏟아져 나오고 있다.
19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전임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낸 안 덩컨은 트위터를 통해 등교거부까지 거론했다. 한 전직 교육부 관리가 "선출된 관리들이 총기규제 법률을 가결할 때까지 부모들은 자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 트윗하자 "우리 가족은 동참한다"며 지지를 보낸 것이다. 덩컨 전 장관은 WP 인터뷰에서 도발하려고 내놓은 아이디어이지만 총기규제를 강화하려면 등교거부와 같은 공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극단적 제안이 거론된 것은 전날 텍사스 주 산타페에 있는 산타페 고교에서 학생이 총기난사로 10명을 살해한 뒤에 나왔다. 되풀이되는 총기참사에 근본적 처방이 뒤따르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강력한 저항이 있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불과 석 달 전 플로리다 주 파크랜드 고교에서 총기난사로 17명이 숨졌다. 그 뒤에 학생들이 생존권 캠페인에 나서면서 부실한 총기규제에 대한 전국적 비판이 거세지기도 했으나 실질적 변화는 뒤따르지 않았다.
일선에서 치안을 담당하는 관리의 입에서까지 학교 총기난사 사태를 더는 방관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텍사스 주 휴스턴 근처에서 경찰서장으로 활동하는 아트 아케베도는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슬픔, 고통, 분노의 눈물을 쏟았다"고 말했다.
아베케도 경찰서장은 WP 인터뷰에서 "우리는 국가로서 실패했고, 정책입안자로서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일선 학교에서는 모종의 체념과 비슷한 공포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총기난사가 벌어진 산타페 고교의 학생 수십명은 3개월 전 파크랜드 고교 생존자들의 시위에 지지를 보낸 바 있다.
지난달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시위에 다녀온 카일 해리스는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며 도망치라고 하는 게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파크랜드 참사에서 생존한 학생인 칼 노벨은 "'다시는 안된다'고 똑같은 구호를 수도 없이 외쳤지만 총기참사는 계속, 또, 계속 터지고 있다"고 절규했다.
되풀이되는 총기참사 때문에 미국 사회의 문화와 인식구조가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폭력이 언제 어디서나 들이닥칠 수 있다는 인식의 세계가 미국인들의 머리 안에서 열린다는 설명이다. 한 전문가는 "어떤 면에서 우리는 무덤덤해지며 그냥 살아가는데 이는 바람직한 결과가 아니고 몹시 나쁜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8일 사건발생 직후 경찰과 구급대가 사망자와 부장자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