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베테랑스 에듀

[ 행복한 아침] 감이 불러모은 서정

지역뉴스 | | 2017-11-18 18:18:21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찬서리 /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 조선의 마음이여 /  ‘옛마을을 지나며’ 김남조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 가을이 기울어가고 있다. 뜰에 심어둔 감나무가 가지가 휘도록 감이 열렸다며 감을 가져가라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비로소 가을임을 연연히 느끼게 해주었다.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농장을 방불케할 정도로 다양한 채소들과 유실수들을 가꾸고 계시는 지인께선 계절의 한가운데로 들어서 있거나 계절이 바뀔때나 매번 의미를 부여하시며 우리를 불러들이신다. 시니어 아파트로 옮기면서 텃밭을 일구던 시간들을 그리워하는 노인네들에게 텃밭 재미를 나누어 주시려고 사랑으로 불러주신다. 매번 감사를 전하지만 나누는 기쁨을 누리게 해주어 고마우시다며 도리어 감사를 돌려주신다. 어느 새 감 한바구니를 실어놓으셨다. 어제는 부근 공원을 산책하자는 전화를 받고 낙엽이 비오듯 쏟아져 내리는 가을을 풍성하게 담을 수 있는 기쁨도 무색하게 상자 가득 담으신 감을 안겨주신다. 지난 주일엔 곱게 익은 감을 가방 가득 담아 주시는 지인도 계셨다. 감빛으로 물든 정을 듬뿍 받아 마음도 다사로운 감빛으로 물들어 간다. 

유년시절의 내 어머니께선 떫은 땡감을 달콤한 홍시로 만드시는 재주를 가지셨다. 온돌에 묻어두시기도 하셨고, 고방에 쌓아둔 짚더미 속에 감을 넣어두시기도 하셨는데 달콤하고 보드라운 맛이 입 속을 맴돌아 고방을 기웃거리고하고 온돌에 묻어둔 덜익은 감을 한 입 배어물다 퉤퉤거렸던 추억들이 노구를 잔잔히 흔든다. 감이 불러모으는 추억들은 우리를 더 없이 소박하게만든다. 감 속엔 수필도 담겨있고 소설도 담겨있다. 싯귀도 곰살스레 숨겨져있다. 꿈과 부담없는 낭만이 숨쉬고 노년의 기억을 일구어낼 수 있는 초월적인 작은 우주가 존재하고 있다. 이젠 감나무를 심을 수 있는 지경이 되지 못해 딸내 집 뒷뜰에 감나무를 심으라고 은근히 종용하듯 권해 보려한다. 하늘이 티 없이 맑고 점점 더 깊어가고 있는 가을이다. 감은 가을이 내놓은 소중한 산물의 하나로 삶을 헤쳐나가느라 영육이 매마를 즈음, 숲 속의 옹달샘 같이 목마름을 축여주기 위해 추억을 더듬게 해주는 은택을 나누어 주고 있다. 기다림 끝에 부드럽고 달콤한 경지를 우려내려 온전히 드러낸 몸으로 늦가을에 당도한 고향 먹거리 홍시감이 이민자들에게 반가운 손님으로 등장했다.

아득한 고향의 맛을 그리는 마음으로 뜰에 심어놓은 감나무가 고향내음을 연육시키며 향수를 달랠 수 있도록 가스랑거리는 가슴에 안겨온 것이다. 잘 익은 감을 나누며 나눔받으며 이방에서의 외로움들을 달래고 있다. 감이 익을 무렵이면 인생들의 서두름과 허둥댐이 도드라져 보임을 숨길 수 없음이다. 결실의 보람을 거두느라 그러한가 보다. 온전하게 오직 한 길로 부단히 걸어가는 자연의 조율을 인지하면서도 무언가에 떠밀리듯 종종거리다 가을의 내려놓음이 엿보이기 시작하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히 머물고 계절의 열정과 순수가 노심을 감싸며 호젓하게 휘감긴다. 홍시의 수줍은 속살이 어쩌면 이리도 부드럽고 고울까. 고운 속살로 익어가기까지 뭇서리와 따가운 햇살과 모진 비바람을 견딘 인고의 효익이리라. 진홍의 햇살을 과육 속으로 끌어 모은 것일게다. 감 꽃이 떨어져나간 자리에 오두마니 매달린체 하늘을 우러르며 고이 봄날을 보내고 뜨거운 여름날을 품으며 알알이 하늘의 영긂을 품으며 곰실곰실 익어가는 홍시의 심연을 누가 눈치챘을까. 

농익은 고운 결실을 맺기까지 떫디 떫은 시간을 감수하며 아주 조금씩 눈에 띠지 않을 만큼 먼 길을 돌아오듯, 서슬 퍼렇듯 딱딱하기 이를데 없던 푸른 감의 면모를 쉼 없이 익어감으로 이루어온 흔적들로 가득하다. 오롯이 자신을 지켜낸 결실의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 헛된 욕망이나 위선이 잠재워지고 아집으로 두른 위세들이 빠져 나간 말랑말랑하고 쪼글쪼글한 홍시가 풍상을 견디며 귀한 삶을 살아낸 곱게 늙으신 노인이 연상되기도 한다. 감으로 인한 감사((感謝)의 마음을 감사(柑謝)인사로 분주했던 감사의 계절이 더더욱 넉넉하게 깊어가고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한인회 코리안페스티벌은 10월 12일 개최
한인회 코리안페스티벌은 10월 12일 개최

36대 이사진 21명 구성, 이사장 이경성기자 퇴장시키고 비밀 회의, 출입금지도 애틀랜타한인회(회장 이홍기)는 25일 오후 한인회관 소강당에서 2024년 1분기 정기이사회를 개최하

29일부터 예비선거 조기투표 시작
29일부터 예비선거 조기투표 시작

29일부터 5월17일 조기투표 기간투표용지 공화당·민주당 선택해야 월요일인 29일부터 5월 21일 조지아 프라이머리, 지방선거를 위한 조기투표(early voting)가 조지아 전

고부 사이 된 김희선·이혜영…MBC '우리, 집' 내달 24일 첫선
고부 사이 된 김희선·이혜영…MBC '우리, 집' 내달 24일 첫선

MBC 새 드라마 '우리, 집'/MBC 제공배우 김희선과 이혜영이 주연하는 MBC 새 금토 드라마가 내달 중 시청자들을 만난다.MBC는 새 드라마 '우리, 집'을 내달 24일 오후

"부동산 평가 이의제기 도와드려요"
"부동산 평가 이의제기 도와드려요"

윤광호 부동산 공인 감정사부동산 연간 평가 항소 대행 귀넷카운티 부동산 평가위원회는 4월 5일 금요일을 기준으로 해당 카운티의 모든 주거 및 상업용 부동산 소유자에게 부동산 연간

모기지 금리 다시 7%대로 반등… 주택거래 ‘냉각’
모기지 금리 다시 7%대로 반등… 주택거래 ‘냉각’

매물 공급 늘었는데도3월 판매 전월비 4.3%↓연준 고금리 기조 유지추가 상승세 지속 전망 연준의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모기지 금리가 다시 7%대를 돌파하면서 주택시장 회복세에

“DACA 신분자동 연장하라”
“DACA 신분자동 연장하라”

민권센터·NAKASEC온라인 서명운동 등미 전국 단위 캠페인 시작 민권센터와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 협의회(NAKASEC) 등이 불법체류청년 추방유예(DACA) 수혜자들의 신분 자 동

"외로움 많이 느끼는 암 생존자, 사망 위험 60% 이상 높다"
"외로움 많이 느끼는 암 생존자, 사망 위험 60% 이상 높다"

미 연구팀 "외로움 클수록 사망 위험 증가…상담·지원 등 필요""외로움 호소하는 암 생존자, 사망위험 더 높다'[American Cancer Society 제공. 재판매 및 DB

돈줄 말라가는‘돈나무 언니’ 펀드

올해 벌써$ 22억 순유출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미국 투자가 캐시 우드가 이끄는 자산운용사 아크인베스트먼트에서 투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23일 월스트릿저널(WSJ)에 따르

[KITA 세미나 지상 중계] “401(k) 관련 소송 증가…기업관리 중요”
[KITA 세미나 지상 중계] “401(k) 관련 소송 증가…기업관리 중요”

지난해 소송합의금만 $9억실제납입비율 등 차별방지기록 개선·직원교육 강화도 브라이언 이 대표가 25일 KITA 줌세미나에서 401(k)의 중점 관리 사항에 대해설명하고 있다. &l

노조 표심 챙긴 바이든, 트럼프 지지율에 앞서
노조 표심 챙긴 바이든, 트럼프 지지율에 앞서

차ㆍ철강 이어 건설노조도 “지지” 올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리턴매치를 벌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동차 및 철강 노조에 이어 건설 노조의 지지를 확보했다. 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