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센터, 이달 26일 한인교회서 '힐링축제'
'잃음의 아픔' 주제로 특강.공동 추모예식 이어져
“엄마, 학교 다녀올께요.”
이 인사가 끝이었다. 그 후로 아들을 볼 수 없었다. 학교를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선 아들은 반나절 만에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다.
3년 전 애틀랜타 한인타운에서 발생한 최악의 교통사고. 지옥과도 같은 그 현장에 내 아들이 있었다. 아들의 죽음에 대해 단 한번 상상이라도 해봤다면 좀 더 나았을까?
분신과도 같은 아들을 잃고 나는 흡사 미친 자와 같은 삶을 살았다. 아들을 잊고자 하루 종일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해보고 목놓아 울어보기도 수백, 수천 번. 하지만 결국 나에게 돌아온 것은 마음 속 깊게 자리잡은 상실감과 우울증뿐 이었다.
이는 무방비 상태에서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아들의 죽음을 맞았던 어느 한인여성의 이야기다.
남편, 아들, 딸, 아버지, 어머니, 친구, 애인 등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담대하게 맞이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만나면 헤어지는 법이라지만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하지만 언제까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별에서 오는 상실감 속에서 허덕이며 살 수 만은 없다.
애틀랜타 한인회 산하 패밀리센터 교육위원회(위원장 박샤론)는 이와 같이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한 한인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일명 ‘힐링축제’.
지난 22일 둘루스에서 패밀리센터 박샤론 교육위원장(사진)을 만나 ‘힐링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제는 사별에서 받은 슬픔과 아픔을 털어버리고 현실을 직시해야 해요. 쉽지는 않지만 떠난 이를 잘 정리해 마음 속에서 놓아 주는 거죠. '힐링축제'가 지금 이 순간 세상의 끝에 계신 분들께 치유와 희망의 길로 나가는 ‘문’의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어요.”
오는 26일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 30분 가량 애틀랜타 한인교회(담임목사 김정호) 채플실에서 열리는 '힐링축제'는 크게 두 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진행된다. 패밀리센터에서 소장을 맡고 있는 정소영 박사의 ‘잃음의 아픔’을 주제로 한 특강과 희망의 공동 추모예식.
특히 추모예식에는 남편과 자녀,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등을 잃은 슬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한인 5명이 나와 고인을 생각하며 직접 준비한 시를 낭독하고, 편지를 읽고, 찬양을 부르는 등 뜻깊은 시간이 마련된다는 것이 박 교육위원장의 설명이다.
“어떻게 보면 무언가를 잃는다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단, 준비가 되어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인 거죠. '힐링축제'를 통해 사랑하는 이와의 사별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다 같이 눈물을 흘리고 나면 마음의 위로도 얻을 수 있을 거구요. 분명한 건 상처를 치유 받는 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거예요. 내 마음이 아픈 것을 드러낸다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말이죠.”
박 위원장은 잃음의 아픔과 상처를 지니고 있는 한인들 중 대부분은 그 상처의 껍질 속에서 쉽사리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내 마음 속에 있는 아픔이나 상처를 감추려 하지 말고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 같은 행동은 좋은 음식을 나눠 먹듯 지극히 당연한 거죠. 한인사회에 아픔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개인이 편안해야 가정이 서고, 그 가정들이 모여 한인사회가 밝아질 수 있거든요. 그래야만 멀리 내다봤을 때 미국사회에서 한인사회의 위상 또한 높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힐링축제'는 무료로 진행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좀 더 궁금한 사항이 있다면 전화 678-231-0411로 문의하면 된다. <이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