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안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호텔로 향하는 도중 안내원에게 사진 촬영을 해도 되느냐고 물으니 마음대로 하시라고 해 신나게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KTN 심중구 사장은 방송용 비디오 카메라를 계속 돌렸다.  평양 시내는 조용하고 깨끗한 편이고 고층 건물도 많은데 자동차와 사람이 별로 없고 차는 거의 다 관용차들인데 차들이 없어 우리가 탄 버스는 쏜살같이 달려 목적지 고려호텔에 도착했다.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 눈물 바다를 이루었던 현장을 직접 보게되니 감개가 무량했다.   

91년 당시 평양에는 쌍둥이 빌딩 고려호텔이 가장 유명했다. 호텔 직원들과 안내원들은 친절하고 손님들도 많은데 관광객이나 호텔 손님같이 보이지 않고 이상했다. 알고보니 호텔에 있는 사람들 반 이상이 북한 정보원들이었다.  달러 환전은 호텔 카운터에서 직접 교환해주었고 호텔 선물점에는 갖가지 유명 외국상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예쁜 종업원들은 인형같이 무표정하게 서 있고 물건을 팔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또 물건을 사려고 해도 거스름돈이 없어서 살 수가 없고 이층 복도 넓은 공간은 소파가 배치돼 있는 휴식공간인데 정원을 통해 쌍둥이 빌딩으로 연결돼 있다.  복도 양쪽 벽과 기둥 등은 모두 다 거울로 장식돼 있어 소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면 거울을 통해 사방으로 보여 어지럽다.  호텔방은 깨끗하고 넓었다. 짐을 풀고 도청장치가 있을까봐 각별히 말조심을 하면서 남북 관계나 정치적인 이야기는 삼가하고 짐을 정리한 후 안내원  L씨가 기다리는 이층으로 가 식당을 향했다. 식당은  4개가 있는데 우리는 첫날부터 8박9일 동안 똑같은 식당 똑같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했다. 종업원들은 예쁘고 친절한데 왠지 훈련된 특수요원들 같았다. 종업원은 생수와 용성맥주를 갖다주며 인사를 하고 갔다. 그런데 메뉴도 없고 주문도 받지않아 처분만 기다리는데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선택의 기회도 없이 자기네 마음대로 음식을 서브했는데 어쩔 수 없이 주는대로 먹었다.  

다행히 음식은 먹을만 했다.  일주일 이상 그렇게 주는대로 먹으니 그것 또한 편하고 좋았다. 무엇을 먹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식사 후 호텔방에 들어가 TV를 켜니 연속극이 방영 중인데 내용은 김일성 수령과 정부를 찬양하고 영웅시하는 목적극인데 화면이나 연출이나 연기는 남한보다 훨씬 뒤떨어져 있다.  창문을 열고 평양 시내를 살펴보니 불빛이 하나도 없는 캄캄한 암흑의 도시다.  마치 괴물이 웅크리고 있는것 같다.  전력난 때문에 불을 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은 밤이면 갖가지 불빛이 어지럽게 명멸하며 휘황찬란하게 불야성을 이루는데 평양은 캄캄하다.  

서울과 평양은 정치, 경제, 문화의 차이가 극과 극이다.  이념과 사상을 초월한 민족애로 남북한이 평화롭게 힘과 마음을 합치고 장점과 단점을 보완하며 손을 잡으면 남북한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영광된 미래와 함께 통일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는 희망과 꿈을 아로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