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미국 내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 미국 직장인들은 급여 삭감을 당하더라도 재택근무를 선호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체 근무 형태로 도입됐던 재택근무가 미국 직장인들 사이에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결과다.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기업의 근무 문화에 일대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장애보험 전문기업인 ‘브리즈’(Breeze)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내 직장인 중 65%가 급여 삭감이 되더라도 재택근무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급여 삭감의 폭은 5% 수준이다. 급여가 25% 깎여도 재택근무를 고수하겠다고 답한 직장인도 무려 15%에 달한다.
의료보험 혜택을 포기하면서도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한 직장인은 40%, 치과보험 대신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답한 직장인은 44%로 각각 집계됐다.
의료보험 등 후생복리는 물론 급여 삭감을 하면서까지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직장인이 상당수에 이른다는 것은 미국 직장의 일터 문화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음을 나타내는 지표로 지적됐다. 여기에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경향이 직장인들 사이에 폭넓게 퍼지고 있는 데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재확산이 더해지면서 재택근무 선호도가 상승한 탓도 있다.
재택근무가 미국의 일터 문화에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Gartner)의 ‘2020 리포트’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기업 경영층의 80% 이상이 적어도 부분적이라도 재택근무를 지속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직장인들이 사무실 근무에 비해 재택근무를 고수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인력난으로 구직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진 특수한 상황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미국 직장인들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Upwork)는 ‘미래 인력 동향 보고서’에서 올해 재택근무를 하는 미국 직장인들은 4명 중 1명 꼴 정도였다가 오는 2025년에는 3,620만명으로 증가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비해 87%나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재택근무 선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25일 세계경제포럼(WEF)은 미국 등 29개국 직장인 1만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을 공개했는데 응답자 64%가 ‘팬데믹 제한 조치’가 풀린 후에도 사무실 근무에 유연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재택근무를 강하게 지지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