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은 이미 도래했다.”
23일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4월부터 3개월째 심화하고 있는 미국의 물가 급등세를 놓고 경제계와 정치계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을 이렇게 한 마디로 정리했다. 이를 바탕으로 NYT는 이미 인플레이션이 생활 경제에 파고 들어온 상황임에도 조 바이든 행정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현 상황을 인플레이션이라 규정하고 기준 금리의 조정이나 정부 재정 지출 억제와 같은 적극적인 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처에 소극적이라고 전했다. NYT는 현재 미국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나타난 현상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와 연준의 상황 인식과 위협 요소를 정리했다.
■올해 특히 물가 인상이 컸다
올해 상반기에 미국 물가 인상폭은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뛰어 넘을 정도로 급상승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에 비해 5.4%나 올랐다. 1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연준이 현 상황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보지 않는 근거는 5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 때문이다. 이 지수는 전년 대비 3.4% 상승에 그쳤다.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항공료, 호텔료 등 소비 수요에 의한 것도 있지만 연방정부의 지원금에 의한 소비 지출도 크게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자제품, 주택, 세탁기 등의 수요 증가가 대표적인 예이다. 일종의 인위적 가수요 창출에 의해 촉발된 공급난에 따른 비용과 지속 기간은 불투명해 통제 영역 밖에 존재하고 있다.
■물가 상승은 불안한 요소를 갖는다
급격하게 치솟는 물가 상승 현상은 경제 회복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는 바이든 행정부의 예상은 너무나 안이한 생각이다. 문제는 임금 상승이다. 생활 물가들이 줄줄이 오르면서 그에 따른 임금 인상 요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물가에 고임금이 더해지면 인플레이션 현상은 더 확산되면서 급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급격하게 진행되면 은퇴자와 같이 저축이나 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계층에게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가격 상승이 임금 상승을 초과하게 되면 소비자의 구매력이 저하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의 정상화까지 시간 소요 위험이 있다
현재의 공급망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의 위협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각국의 경제 봉쇄 정책이 취해지고 있다. 물가 상승 현상이 지속될 수 있는 요인이다.
또 다른 위험 요소는 임금 인상이다. 기업 입장에서 임금 인상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수준에 가게 되면 연준은 자산매입축소를 비롯해 기준 금리 인상으로 대출과 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을 펴게 된다.
■성급한 대처에 위험이 따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주장하는 대로 최근 자료에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는 것은 나름 일리가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과 함께 불거진 680만개의 일자리는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까지 아무런 손을 쓰지 않는 것은 자칫 고통스러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실직자 자신에게는 수입원이 끊기는 어려움이 있는 동시에 경제면에서 노동력 상실에 따른 생산 저하라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노동력 부족은 인력난과 직결되어 있어 기업들에게는 생산성과 경쟁력에 치명적이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