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온건한’ 이민 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난민 수용 규모를 확대하고, 국경에서 강제로 헤어진 이민자들의 가족 상봉도 시작한다. 이민자를 존중한다는 말만 앞설 뿐, 실질적 변화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일 성명을 내고 “2021회계연도 난민 수용 상한선을 6만2,500명으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설정한 기존 상한선은 1만5,000명으로 미 역사상 가장 낮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취약 계층인 난민과 그들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며 “현재 난민 수용 규모는 미국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국경에서 강제로 이별한 이민가족들의 만남도 개시됐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연방 국토안보부 장관은 이날 “과거 국경에서 자녀와 떨어져 홀로 추방된 이민자 부모 4명이 금주 중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안보부는 가족 상봉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앞으로 더 많은 가족이 재회하도록 주선하고 미 행정부는 이들에게 적절한 자원을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민자 이산가족은 약 1,000가족 정도로 추산되는데, 대부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17, 2018년에 생겨났다.

 

바이든 행정부가 적극적 행동으로 선회한 것은 그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말만 번지르르한 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 당시 “이민자를 포용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변화를 느낄만한 가시적인 정책은 내놓지 않았다. 3월 국경에서 붙잡힌 불법 이민자 수(17만1,000명)가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너도나도 미국행 문을 두드렸으나, 수용소 부족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대책도 없었다.

 

급기야 지난달 16일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만든 역대 최저 난민 수용 상한선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해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우군인 진보진영과 인권단체마저 날을 겨눴다.

 

역풍이 거세지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최종 난민 규모는 5월에 결정된다”면서 부랴부랴 진화에 나서야 했다. 시민단체 미국시민자유연합의 리 겔런트 변호사는 “이민자 수용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 이들을 어떻게 사회에 정착시킬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며 미국 입국 뒤에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