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베테랑스 에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뉴스칼럼] ‘호모 비아토르’

지역뉴스 | | 2021-04-15 10:10:25

뉴스칼럼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여행은 인간의 본능이다. 우리 유전자 속에는 끊임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새겨져 있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해온 과정은 곧 이동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은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 즉 ‘여행하는 인간’이라 정의했다.

 

그런데 이런 본능이 코로나바이러스 창궐에 따른 팬데믹으로 오랜 기간 억압됐다. 바이러스가 정신 차리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가 간 이동은 물론 국내 이동까지 규제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여행은커녕 집밖 나들이조차 마음대로 하기 힘든 시간이 계속됐다. ‘호모 비아토르’에게는 정말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지난 1년이었다.

 

지속되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길이 막히면서 천문학적으로 쌓여온 업계 손실액은 정확한 추계가 불가능할 정도다. 유엔 세계여행기구 추산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여행객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는 1조3,000억 달러에 달했다. 지난 세계 금융위기 당시보다 11배 이상 많다.

 

여행업계가 받은 타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통계는 크루즈 업계의 영업 실적이었다. 업계 최대 업체인 카니발 사의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보면 달랑 3,100만 달러로 2019년 같은 분기의 65억 달러보다 99.5%가 줄었다. 도무지 같은 업체의 실적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직접 여행의 욕구를 채울 길이 막히자 이를 간접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려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감염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캠핑 사이트 수요가 폭증했다. TV에서 재방송하는 여행관련 프로그램 시청을 통해 여행의 욕구를 달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를 통해 대리만족이라도 느껴보고 싶다는 욕구들이 표출된 것이다.

 

코로나 백신접종이 확대되고 팬데믹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기미가 보이자 1년 넘게 억눌려온 ‘호모 비아토르’의 여행 본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여행관련 한인업소들에 로컬 및 한국여행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업계는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듯 여행이 본격화될 것에 대비하느라 분주하다.

 

백신접종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서 접종 완료자들을 고객으로 한 여행상품들이 하나둘씩 출시되고 있다. 또 올 가을쯤이면 상황이 거의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그에 맞춰 내놓을 여행상품들을 개발하느라 바쁜 모습들이다. 하지만 아직은 소규모 단위의 국내여행이나 모국방문 상품이 대부분이다. 한인들이 선호해온 해외여행 패키지 상품은 백신여권과 국가별 팬데믹 상황 안정 등 고려해야할 요소들이 많아 시기상조이다.

 

여행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완전 회복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팬데믹 초기 ‘코로나 진앙지’였던 뉴욕의 경우 관광산업이 완전 회복되려면 최소 4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스한 봄을 맞으려면 한동안은 추운 계절을 견뎌야 한다는 말이다.

 

여행업계는 무수한 이들의 여행본능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경제에서도 여행관련 업체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 10개 중 하나는 여행업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다. 한인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여행업의 부활은 한인경제 회복에도 필수적이다.

 

작가 김영하는 자신의 책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포스트 팬데믹 시기에 여행은 코로나로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불안을 도닥여줄, 더할 나위 없는 따스한 위로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다. ‘호모 비아토르’는 그 시간이 빨리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주택대출 금리 7%대로 반등…주택거래 다시 냉각
주택대출 금리 7%대로 반등…주택거래 다시 냉각

매물 공급 늘었는데도 3월 기존주택 판매 전월대비 4.3%↓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해 들어 처음으로 다시 7%대로 뛰어올랐다.대출 금리가 반등하면서 미국의 주택거래가 3월

조지아대한체육회 권오석 회장 연임
조지아대한체육회 권오석 회장 연임

조지아대한체육회는 지난 15일 둘루스에서 임원 모임을 개최하고 차기 회장에 권오석 현 회장을 추대하고 새 임원진 구성했다. 권오석 회장은 미주체전의 애틀랜타 유치 추진 방안을 모색

조지아 3만6천명 '태아 세액공제' 받아
조지아 3만6천명 '태아 세액공제' 받아

과세 대상소득 1억900만 달러 줄여 3만6,000명 이상의 조지아인들이 2022년에 새로운 "태아 부양가족" 공제를 사용해 과세 대상 소득을 약 1억 900만 달러 줄였다고 주

법륜스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애틀랜타 강연
법륜스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애틀랜타 강연

5월 4일 오후3시 애틀랜타 한인회관 2024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행복한 대화’ 해외강연이 2023년에 이어 올해에도 개최된다.이번에는 4월 29일 뉴욕 초청강연을 시작으로 5

켐프, 개인·기업 소득세 감면법 서명
켐프, 개인·기업 소득세 감면법 서명

재산세 인상률 늦추는 법안도 서명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8일 조지아 주민과 기업이 내년에 소득세를 약 5억 달러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두 개의 법안에 서명했다

고객의 부정적 리뷰 막으면 ‘불법’
고객의 부정적 리뷰 막으면 ‘불법’

옐프 등에 리뷰 못 올리게 서약서 강요 성형외과의사 환자들로부터 시술결과 비공개 서약서를 미리 받아놓고 이들이 옐프 등에 부정적 리뷰(평가 글)를 올리지 못하도록 압박한 성형외과

불확실성 커진 대형은행들, 대규모 감원 이어진다
불확실성 커진 대형은행들, 대규모 감원 이어진다

상반기 씨티·BofA 등향후 2년간 약 2만명 ‘몸집 줄이기’에 속도 씨티은행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은행들이 대대적 감원으로 군살빼기에 나섰다. <로이터>  미국의

‘올드보이’, 美 TV 시리즈로 재탄생..박찬욱 감독 제작 참여
‘올드보이’, 美 TV 시리즈로 재탄생..박찬욱 감독 제작 참여

올드보이 / 사진=영화 포스터17일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사 라이온스게이트와 협력해 '올드보이' TV 시리즈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라이온스게이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에 애니제작사  '지브리'
칸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에 애니제작사 '지브리'

개인 아닌 기관으로는 첫 수상스튜디오 지브리/칸국제영화제 웹사이트 캡처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수많은 명작의 산실인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가 올해 칸국

3월 조지아 일자리 늘고 실업률 사상 최저
3월 조지아 일자리 늘고 실업률 사상 최저

보건의료 일자리 가장 많이 증가 조지아 노동부는 3월에 채용이 급증하면서 실업률은 사상 최저를 유지하면서 3월 일자리 성장률은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올해 첫 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