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6월 30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문익환 목사 북한 방문’ 이란 글 때문에 인권문제 연구소와 결별하게 됐다. 그 글을 쓰게 된 동기는 문익환 목사가 일본을 거쳐 비밀리에 불법으로 북한으로 가 김일성과 회담을 하고 북한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법을 무시하고 북한 김일성과 회담을 하고 돈키호테식 돌출행위를 해 본인의 뜻과는 달리 이적 행위가 연출됐다. 그 때문에 국론이 분열이 되고 나라가 온통 혼란하게 됐다. 그래서 그에 대한 비판의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그후 문 목사의 방북으로 인해 임수경(대학생), 황석영(소설가)씨 등이 또 불법으로 북한으로 들어가 열렬한 환영을 받고 꼭두각시쇼를 하면서 북한에 이용당하는 행위가 발생하게 됐다.
문익환 목사가 방북한 목적이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 모르지만 어찌됐든 국법을 위반하고 몰래 북한으로 간 것은 잘못이고 또 어떤 개인이 국가와 사전 협의나 상의 없이 북한 김일성과 평화통일을 논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다고 통일이 될 것도 아니고 반대로 통일에 방해가 되거나 북한의 남침 야욕만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결과가 되고 만다는 견해고 지금도 남북 문제는 돌다리를 두드리듯 신중을 기해야 되고 경거망동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문 목사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내 글의 내용과 논리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은 외면한 채 무조건 자기 편을 비판했다고 흥분하면서 나를 성토했다. 특히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 대한 비판을 한 내 글들을 칭찬하던 인권문제 연구소 인사들이 거의 다 전화와 편지를 통해 인신공격을 가했다. 감히 당신이 뭔데 문익환 목사 같은 평화통일의 선구자를 비판하느냐면서 심지어 어떤 사람은 협박까지 마구했다. 나를 보고 군사정권에 아부해서 “출세하고 싶으냐” “얼마나 받아 쳐먹었느냐”는 등 이성을 잃은 편견이 도를 넘었다.
미주 인권문제 연구소가 자유와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노력과 희생정신은 적극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상대의 견해나 논리는 무시하고 자기 주장과 자기네 편만 옳다고 상대를 무조건 적대시하는 그런 사람들과는 도저히 대화를 할 수 없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인권문제 연구소와는 완전히 결별을 했다.
그 후에도 인권문제 연구소는 자기네들끼리 똘똘 뭉쳤다. 나는 문익환 목사와 전혀 이해관계도 없고 그 분의 명성이 대단한 것은 잘 알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거나 싫어하거나 비판할 이유가 전혀 없다. 불법 방북과 김일성과의 대화에 대한 객관적인 견해일 뿐이다. 누구나 견해차는 있고 다를 수 밖에 없다. 잘못이 있으면 논리적으로 조리있게 객관적으로 공평한 비판을 해야지 마구 인신공격을 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상대의 견해와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아량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