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한 방 먹었다”

 

미국이 자국 제약사인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승인 경쟁에서 한 발 늦으면서 영국에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넘겨주게 됐다. 백신 보급이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을 탈출할 ‘게임 체인저’로 주목 받는 상황에서 승인 시점을 놓고 영국에 선수를 빼앗기면서다.

 

임기 중에 백신 관련 업적을 남기는데 집착을 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트럼프 행정부로선 허를 찔린 셈이다. 백신 심사를 앞둔 연방 식품의약국(FDA)이 받는 압박도 커질 전망이다.

 

영국 당국이 2일(현지시간)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승인하면서 다음 주부터 영국 전역에서 접종이 가능하다는 게 영국 정부의 설명이다. 화이자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영국이 미국을 이겼다는 평가를 내놨다. CNN은 “영국이 백신 승인 경쟁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뛰어넘었다”고 설명했고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영국이 서방국가 중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에 긴급사용 승인을 내줌으로써 미국을 이겼다”고 평가했다. 실제 미국은 영국의 긴급사용 승인으로 자국 제약사의 백신으로 역사적 순간을 만들 기회를 놓치게 됐다.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낼 희망이라는 점 뿐 아니라 신기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방식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국의 승인을 받은 mRNA 백신이 생산된 적은 여태까지 없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설명했다.

 

이미 백악관으로부터 백신이 빨리 배포되도록 하라는 채근을 받아온 FDA는 영국의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으로 인해 더 압박을 받는 처지가 됐다. 특히 코로나19 백신을 자신의 임기 말 업적으로 삼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FDA를 재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날 관계자 4명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보좌진이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위해 신속히 움직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FDA 관계자들을 닦달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이 이달 7일 백신을 승인할 수 있다는 보도를 접한 뒤 FDA 관계자들을 질책했다고 한다.

 

FDA는 10일 ‘백신·생물의약품 자문위원회’(VRBPAC)를 통해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폴리티코는 “영국이 서방국가 중 처음 코로나19 백신 사용승인을 내린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악의 악몽”이라고 촌평했다.

 

마크 메도우스 백악관 비서실장도 이날 스티브 한 FDA 국장을 백악관으로 긴급 호출, FDA가 더 신속히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을 재선의 발판으로 여기며 ‘초고속 작전팀’을 구성, 백신의 조기 개발에 열을 올렸다.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긴급 승인을 받았다. [로이터]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긴급 승인을 받았다.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