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자율 차익에 따른 현금 인출 목적의 소비성 재융자(리파이낸싱) 신청 건수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낮은 이자율의 모기지로 소위 ‘말 갈아타기’를 통해 얻어진 현금 수익을 각종 소비 지출에 사용하던 패턴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물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해 재융자 대출자들이 현금 차익의 지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경제전문매체 CNBC는 주택을 담보로 재융자에 나선 대출자들이 이전 재융자에 비해 더 낮은 이자율의 모기지로 변경하는 캐시아웃(cash-out) 재융자 신청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캐시아웃 재융자는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낮거나 추가 대출 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모기지 대출기관으로 바꾸는 행위로 현금을 더 확보해 소비를 하기 위한 목적의 재융자를 말한다.

 

모기지 데이터 분석 업체 ‘블랙 나이트’(Black Knight)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캐시아웃 재융자 건수는 전체 재융자 건수의 2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7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에 해당한다.

 

재융자 신청금도 줄어들어 지난 2분기 평균 6만3,000달러에서 3분기에는 평균 5만1,600달러로 신청금이 줄었다. 재융자 신청금이 줄면서 전체 재융자 규모도 줄어 지난 3분기 재융자 총액은 370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재융자 규모다.

 

재융자 건수가 낮은 모기지 금리로 급증하고 있지만 재융자 대출자들은 대출금 소비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재융자 대출금에 대한 소비 지출 억제 현상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에 버블 주택의 폐해를 경험했던 학습 효과에서 기인된 것이다.

 

당시 부풀려진 주택 가치를 담보로 소비성 현금 확보를 목적으로 재융자 대출금을 인출해 사용하다 주택 가치가 급락하면서 대출금 상환을 못해 소위 ‘깡통 주택’이 되어 차압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기 침체와 함께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재융자 대출자들이 주택 가격 급락에 대비해 대출금의 현금 소비를 자제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주택 리모델링이 급증하고 있지만 재융자를 활용, 리모델링 비용을 충당해 현금 사용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현재 30년 만기 고정 모기지 금리가 빌더들이 제공하는 대출 이자율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이어서 대출금 인출 사용액이 줄어든 상황이다.

 

블랙 나이트의 이코노미스트이자 마켓리서치 디렉터인 앤드류 월든은 “확실히 과거 금융위기를 기억하는 대출자들이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비상금으로서 현금 인출 규모를 최대한 줄이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향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 가치 하락에 대비해 현금 확보를 위한 재융자 신청 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로이터]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향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택 가치 하락에 대비해 현금 확보를 위한 재융자 신청 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