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를 대표하는 최대 일간지인 LA타임스가 과거 인종차별이고 백인우월주의적 시각으로 작성됐던 기사와 그간의 뉴스룸의 관행을 지면을 통해 참회하고 나서서 주목을 받고 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전국적인 인종차별 시위를 계기로 인종차별적인 시각으로 보도된 과거 기사들을 발굴해 신문사 내·외부에서 이어져왔던 잘못된 인종차별적 관행을 바꾸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LA타임스는 28일 편집위원회의 이름으로 작성된 사설을 통해 그간 인종문제 보도에서 실패했음을 시인하고 이에 대해 독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날 사설에서 타임스는 1981년 7월12일 1면에 보도됐던 ‘약탈자들이 교외 지역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인종차별적 시각으로 작성된 부끄러운 기사의 한 사례로 제시했다.
사설은 이 기사가 사우스 LA 지역 주민들을 영구적 하층민으로 묘사하고, 이들이 백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팔로스버디스, 베벌리힐스 등에서 범죄를 야기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했다며 이는 인종차별적이고 백인우월주의적이었던 타임스의 과거 시각을 보여준 것이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또 이같은 기사가 흑인, 라틴계 주민들이 절도범이나 강간범, 살인자라는 고정관련을 강화했으며, 이들에 대한 가혹한 형사처벌을 요구해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고 반성했다.
사설은 인종차별 문제가 국가적인 논쟁과 이슈가 되고 있는 이 시기에 오랜기간 제도적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2020년 가을은 슬픔과 성찰의 계절이며, 타임스는 스스로 부끄러운 과거를 고백하고 참회한다고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했다.
LA타임스는 또 과거 백인우월주의에 대해서도 반성했다. 사설은 “과거 135년간의 역사 중 첫 80년 동안 LA타임스는 백인우월주의에 깊이 뿌리 내리고 있었으며, 자본가와 대지주들의 이익을 증진하는데 헌신해왔음을 고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2차대전 당시였던 1943년 백인들의 멕시코계 주민 공격사건과 관련해서도 가해자보다는 희생자들을 비난했으며, 종전 이후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멕시코계 주민 추방작전에 대해서도 신문이 무비판적 대변자 역할을 했다고 반성했다.
백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해 인종편향적일수 밖에 없었던 LA타임스 뉴스룸의 인적 구성 문제에 대해서도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을 다짐했다.
사설은 1960년대 흑인 주민들의 와츠 폭동 당시 타임스가 흑인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와츠 폭동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역사적인 흑인 톰 브래들리의 시장 당선을 지지했지만 뉴스룸은 여전히 백인 일색이었다고 고백했다.
사설은 마지막으로 “LA타임스를 대표하여 과거 인종차별 역사에 대해 사과한다”며 “현재 뉴스룸 기자의 38%가 유색인종이지만 주민 48%가 라틴계인 지역에서 충분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남가주만큼 다양하고 복잡하며 매혹적인 지역에서 지역사회를 반영하는 신문이 되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한 진정한 헌신과 겸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변화와 개혁을 다짐했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