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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보듬은 '진보 아이콘' 긴즈버그…'여성 최초' 달고 다녀

미국뉴스 | 정치 | 2020-09-20 10:10:59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공붓벌레로 자라 소수자·여성인권 신장에 일평생…사법 역사에 족적

"나는 반대한다" 소수의견 대변자…하급심에 지침 제시한 '판사의 판사'

우경화 우려 대법관직 고수하다 끝내 병마로 무너져

 

 

27년간 미국 연방대법원을 지키다 18일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진보 진영의 아이콘'으로 불려왔다.

1981년 연방대법관에 오른 샌드라 데이 오코너에 이은 두 번째 여성 대법관으로서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며 미국 사법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 인기 많은 공붓벌레…명문 로스쿨서도 '수석 졸업'

워싱턴포스트(WP)는 긴즈버그 대법관이 대공황이 덮친 1933년 유대계 가정의 둘째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학업은 물론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보였다고 전했다.

'키키'라는 애칭으로 불린 긴즈버그 대법관은 학창 시절 모두가 아는 책벌레인 동시에 학교 음악대에서 금속 봉을 이용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턴 걸'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유일한 자매였던 언니 메릴린을 8살의 어린 나이에 수막염으로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긴즈버그 판사의 유년 시절의 대부분은 어머니로부터 형성됐다.

이탈리아계,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이 모여 살던 브루클린 플랫 부시 지역에서 긴즈버그 대법관을 키워낸 그의 어머니는 딸이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기를 바랐다.

형제의 대학 진학을 위해 자신의 공부를 포기해야 했던 그의 어머니는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딸의 대학 등록금을 준비했다.

그러나 암 투병 중이었던 어머니가 긴즈버그 대법관의 고등학교 졸업식 전날 세상을 떠나면서 두 번째 비극을 맞이했다.

이후 긴즈버그 대법관은 전액 장학금으로 코넬대에 입학했고, 이곳에서 평생 반려자가 될 남편 마틴 긴즈버그를 만났다.

1956년 전체 학생 500명 가운데 9명뿐이었던 여학생 중 한 명으로 하버드 로스쿨에 들어간 그는 여성 차별이 남아있던 당시에 어린 딸의 육아를 병행하는 이중고 속에서도 남다른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뉴욕에서 로펌에 취직한 남편을 따라 명문 컬럼비아 로스쿨로 옮겼으며 탁월한 성적으로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 '페미니스트' 법조인…여권 신장에 앞장서

그에게도 취업은 쉽지 않았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당시 "유대인이자 여성이자 어머니"라는 세 가지 이유로 취업에서 발목이 붙잡혔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그는 럿거스 대학의 법학 교수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 시기에 자신의 월급이 남성 동료보다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다른 여교수들과 함께 '동등한 임금' 운동에 나서 여성 교직원의 급여 인상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후 1972년에는 여성 최초로 모교인 컬럼비아 로스쿨의 교수가 됐다.

성 평등과 여성 권익 증진을 위한 변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했으며, 미국 시민자유연합(ACLU)의 여성 인권운동 프로젝트에서 수석 변호사를 맡아 각종 소송을 주도했다.

여러 대법원 사건에서 승소, 성적 불평등에 관한 판례를 바꾸면서 여권 신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여성 민권운동 진영에선 흑인 최초의 연방 대법관이자 흑인 민권운동의 신화 같은 존재인 더굿 마셜에 비견되는 '여성 운동의 더굿 마셜'로도 불리게 됐다.

 

◇ "나는 반대한다"…'소수자' 대변 진보 대법관

긴즈버그 대법관은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서도 굳건히 '반대표'를 던지며 전향적인 판결을 끌어내는 데 앞장섰다.

그는 민주당 지미 카터 대통령 시절인 1980년 연방 항소법원 판사로 임명됐고 1993년에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명으로 대법관에 올랐다.

동성결혼 합법화, 버지니아 군사학교의 여성 입학 불허에 대한 위헌 결정,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 등의 판결을 내리면서 소수자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냈다.

약자 차별에 맞서고 다수 의견에 굴하지 않고 소수 의견을 제시한 그에게 미국 젊은이들은 '노토리어스(notorious·악명높은) R.B.G'(래퍼 노토리어스 BIG의 이름을 패러디한 이름)라는 애칭을 붙이며 응원했다.

긴즈버그 대법관은 하급심에 지침을 제시하는 명확한 의견을 남겨 '판사의 판사'라는 명성도 얻었다고 CNN은 전했다.

그는 2015년에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100명의 영향력 있는 인물에 포함됐다.

여러 차례 암 투병 생활을 하면서도 대법원 공개 변론 일정에는 한 번도 빠짐없이 참석했다고 WP는 전했다.

생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고 자신이 은퇴하면 총 9명의 대법관 중 진보 4명, 보수 5명 구도인 대법원이 더욱 우경화한다며 종신 대법관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욕을 보였지만 결국 병마로 대법원을 떠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랜 '앙숙'이었던 긴즈버그 대법관은 최근 손녀에게 "나의 가장 강렬한 소망은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내가 교체되지 않는 것"이라고 전하는 등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강한 의지를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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