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타운 한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는 H모씨는 지난달부터 급여가 30%나 깎였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상이 70% 이상 줄어든데다 야외 영업과 주문만으로 매상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급여를 원상 복귀해주겠다는 업주의 말이 있었지만 언제인지는 모른다. H씨는 “어려운 시기에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며 “지금 시기는 잘리는 것 보다 차라리 급여를 깎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고나 무급 휴직 등 실직 상태에 있는 미국인이 2,500만에 육박하는 가운데 해고를 피하는 대신 급여가 삭감되는 현실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경제 회복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삭감된 급여의 회복 가능성 역시 불확실한데다 급여 인상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미국 직장인의 고용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USA투데이는 14일 민간조사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과 시카고대학 공동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급여가 동결되거나 삭감된 미국 직장인들은 전체 직장인의 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6%에 비해 12%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다.
연방노동부의 고용비용지수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민간부문 기업의 직장인들의 급여 인상률은 0.4%에 그쳐 지난 5년 동안 최소 인상률을 기록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미국 내 기업들의 급여 삭감 여파는 기존 직장인에 비해 무급 휴직에서 직장으로 복귀한 복직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근무 시간도 줄어든데다 급여까지 삭감되어 재정적으로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HR 소프트웨어 ‘구스토’(GUSTO)에 따르면 지난 4월 무급 휴직에 들어갔던 1,800만명의 일시적 해고자들 중 약 40% 가량이 직장에 복귀했다. 복귀자의 29% 정도가 근무 시간이 줄어들고 급여까지 삭감되는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정적 이중고를 겪는 직장인들의 대부분은 요식업계 종사자들이다. 3월 자택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식당들의 영업 중단된데다 재오픈 이후에도 실내 영업이 금지되면서 매상에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급여 삭감의 여파는 매월 일정 임금을 ‘샐러리’로 받기로 한 직장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시간당 임금을 계산하는 직장인의 경우 근무 시간이 줄면서 급여도 함께 삭감되는 반면에 샐러리 직장인들은 시간당 임금 계산이 쉽지 않은 현실 때문에 급여만 삭감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ADP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급여가 삭감된 직장인은 대략 700만명. 이중 해고를 당하지 않은 직장인 중 6.2%가 급여 삭감을 당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6%에 비하면 급증한 수치다.
문제는 삭감된 급여의 회복 여부다. 경기 회복에 따라 직원들의 줄어든 근무 시간은 늘어나겠지만 급여 회복 가능성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