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반트럼프 부각
현대차, 애국 마케팅
기아차, 친환경 메시지
지난 5일 열렸던 제51회 수퍼볼에서는 역대 최고의 명승부라는 평가를 받은 경기 못지않게 기업들의 다양한 수퍼볼 광고 역시 많은 주목을 끌었다. 수퍼볼은 미국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1억1,000여만명 이상이 시청하는 최대 스포츠 이벤트이다.
특히 올해 수퍼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비판하는 광고와 공연이 잇따르며 ‘반 트럼프’ 무대가 됐다. 미국 주요 기업들은 다문화와 포용을 강조한 광고로,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는 공연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직간접적으로 꼬집으며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을 겨냥한 깜짝 광고를 선보였다. 에어비앤비가 프로미식축구(NFL)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에 맞춰 내놓은 30초짜리 광고에는 서로 다른 인종과 성별, 연령의 인물을 연달아 등장하고, 그 위로는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누구를 사랑하고 섬기든 우리는 하나입니다. 더 많이 받아들일수록 세상은 더 아름답습니다’라는 문장이 흐른다.
코카콜라도 히잡을 쓴 무슬림을 비롯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서로 언어로 ‘아름다운 미국’(America the Beautiful) 노래를 부르는 예전 슈퍼볼 광고를 다시 선보였다.
맥주회사 버드와이저는 독일 이민자 출신인 아돌푸스 부시 버드와이저 공동창업자의 이야기를 내세웠다.
부시가 1857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또다른 공동창업자 에버하르트 안호이저와 만나는 과정을 60초짜리 영상으로 압축한 이 광고에는 미국에 도착한 부시가 현지인들로부터 “집으로 돌아가라”는 박대를 받는 장면 등이 담겼다.
모발 케어 브랜드인 잇츠어텐(It‘s a 10)도 남성 모발 제품 광고에 트럼프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광고에는 “미국이여, 우리는 끔찍한 모발의 4년을 지낸다. 훌륭한 모발을 만드는 일은 당신에게 달렸다”는 음성과 함께 다양한 머리 모양을 한 사람들의 모습이 흑백으로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파병군인을 소재로 한 ‘애국 마케팅’ 광고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수퍼볼 경기가 끝나자마자 선보인 현대차 광고에는 폴란드 파병 제4 보병사단 장병들이 막사 내부에 마련된 원형 스크린에 앞에 앉아 가상현실(VR)을 통해 올해 수퍼볼이 열리는 휴스턴 NRG스타디움 전경을 체험하는 장면이 투영됐다.
막사 내부 화면에는 수퍼볼을 보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나타났으며, 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광경이 담겨있다. 90초 분량의 이 광고에는 올해 슈퍼볼의 진정한 주인공이 해외에 파병된 군인과 가족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업계 측은 “올해 수퍼볼 광고 가운데 현대차 광고가 가장 눈에 띄었다”면서 “미국에서 슈퍼 히어로는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군인들인데 현대차가 이를 잘 캐치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친환경 광고’도 눈길을 모았다. 기아차 광고는 ‘길모어 걸스’ 등에 출연한 코미디 배우 멀리사 매카시가 하이브리드 니로를 타고 남극과 초원 등을 누비며 환경보호 활동을 벌이며 겪는 모험을 코믹하게 다뤘다. AP통신은 이날 수퍼볼 광고의 승자와 패자를 나누면서 기아차를 승자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AP 통신은 “기아차는 누구도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고래 구하기나 빙하·산림 보존 같은 사회적 문제를 건드렸다”고 호평했다.
실제로 USA 투데이가 발표한 수퍼볼 광고 선호도 조사 결과인 ‘애드 미터’(Ad Meter)를 보면, 기아차 광고는 평점 7.47점을 받아 일본 혼다자동차(6.97점), 독일 아우디(6.88점)를 따돌리고 전체 광고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 기업이 올해로 29번째를 맞이한 ‘애드 미터’에서 전체 1위에 등극한 것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수퍼볼 광고에서 선보인 현대자동차(왼쪽부터), 기아자동차, 스닉커 캔디와 버드와이저의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