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놓고 엇박자…대형 체인점들 “계속 마스크 착용”
CNN “두려움은 백신 안 맞은 사람에 대한 신뢰 의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대부분의 실내외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권고하면서 사람들에게 해방감과 동시에 두려움과 혼란을 안기고 있다고 CNN 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새 지침이 1년 넘게 이어진 마스크 스트레스와 공포에서 해방시키기도 했지만 부모나 고용주, 기업·사업체 운영자는 물론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수백만명의 미국인에게 새로운 복잡한 질문들을 남겼다는 것이다.
CNN은 CDC의 전격적 마스크 지침 완화가 백악관 관리들에게도 놀라운 일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결정이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임기 초기의 큰 정치적 성공이자 팬데믹 박멸의 여정에서 핵심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이번 지침 완화가 팬데믹이 끝났다는 의미는 아니라면서도 미국이 이제 막 정상 생활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CDC의 발표 이후에도 혼란과 모호함, 규정 간 충돌이 빚어지며 많은 질문과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13일 워싱턴DC의 정부기관끼리도 불협화음을 빚었다. 백악관은 백신을 맞은 직원들에게 업무 중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펠로시 하원의장은 의사당에서 의원들이 마스크를 벗도록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며 ”그들이 모두 백신을 맞았느냐“고 반문했다.
미 전역의 학교에서는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아이들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자녀를 데리러 온 많은 부모가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목격됐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반면 이날 밤 많은 미국인은 또 시내와 술집에서 마스크 규제 완화를 기념했다. 그러나 비행기·버스·기차 등 대중교통 수단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9월 13일까지 계속 시행 중이다.
CNN은 과학적 연구 결과는 코로나19의 확산지로 자주 지목돼온 술집에서 사교 활동을 하는 것보다 항공기 여행이 더 안전하다는 것을 입증해왔다고 꼬집었다.
새 지침을 둘러싼 두려움과 실망의 근원에는 이번 조치가 전적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신뢰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리 잡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또 새 지침은 마스크 쓰는 것에 짜증을 내왔고 백신을 맞을 의향은 전혀 없는, 보수층의 미국인들도 마스크를 벗어 던질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이 워낙 갑작스러웠던 탓에 사업주나 식당 주인, 지역 공무원들은 어떤 후속 조치를 해야 할지를 두고 허둥대고 있다. 어떻게 마스크 의무화와 정원 제한 규정을 바꿔야 하고 백신 접종 증명은 어떻게 하도록 할 것인지 등의 질문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실제 타깃과 홈디포, 해리스 티터, 웨그먼스 푸드마켓 등의 대규모 체인 소매점들은 당분간 매장 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그러나 이를 시행하고 단속하는 일은 더 어려워지고 많은 논쟁을 초래할 전망이다.
심리적 층위의 장벽도 남아 있다. 이제는 몸에 뿌리 박힌 행동을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을 두고 과학을 무시한다고 타박해온 사람들은 이제 마스크를 벗으면서 똑같은 과학을 믿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CNN은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