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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아침] 깃들다

지역뉴스 | | 2020-10-23 16:16:35

칼럼,김정자,행복한아침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팬데믹으로 지쳐가고 있는 도심에도 가을이 찾아와 주었다. 계절은 여성스레 본디 모습을 답습하고 있지만 날마다 새로운 표정들이 깃들고 있다. 여느 날은 잠잠한 듯, 어느 땐 거세게 출렁이기도 한다. 평범했던 일상에 팬데믹 파도가 밀려들고 예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인류에게 가을이 깃들었다. 팬데믹에 시달리고 있는 세상에 평안의 깃듦을 조력하기 위해, 비움의 미학이 인생들에게 깃들 수 있도록 서둘러 찾아나선 것 같다. 계절은 엔간해선 심상한 일상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련해주고 있지만 아직은 은둔에 머물 수 밖에 없음이라 긴 칩거에서 가벼운 일탈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얼마 전에 오픈한 카페를 찾았다. 카페에 들어서자 이미 은은한 커피 내음이 깃들어 있어 넉넉한 여유로움이 밀려든다.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꼬옥 감싸본다. 카페 커피와 마주한지가 얼마만인가. 커피 향에, 따스한 온기에 마음이 포근해진다. 한모금 커피로하여 행복감의 부피가 체화된 속성인듯 감성적으로 기울고 만다. 창너머로 내다보이는 하늘이 한층 높아졌다. 팬데믹 내내 하늘을 자주 바라보았던 것 같다. 이렇듯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아름다운 하늘아래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감사가 한층 또렷해진다. 묵직한 커피향이 번져나고 향훈의 깃듦을 음미하며 ‘깃들다’에 대해 궁구하듯 음미해본다.

깃들다의 ‘깃’의 어원은 새의 둥지를 뜻한다. 집이란 어원에 근거를 두었기에 새는 둥지에 깃들고 사람은 집에 깃들기에 ‘집에 들다’로 어딘가에 살다, 자리잡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계속 깃들다를 읊조리다 보면 고요 속에서 가만 가만 스며드는 서정이 엿보인다. 아늑하게 깃드는 것에는 추억이 새겨져 있음이요, 현실에서나 추상에서 감정, 의지, 사랑이나 호의의 추구를 향한 애씀들이 깃들게 되면 감성의 흐름에 젖어 들게도 된다. 우악스러운 포악이 나부대는 것과는 구별된 지경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서 고품격 영역에서만 실재하는 언어이다. ‘깃들다’를 모티브 삼다보니 저절로이듯 사유가 피어나고 문장이 떠오르고 생각이 걸림없이 풀려난다. 아늑한 편안함과 따스함을 품고 있는 말이다. 제한된 일상이 빚어낸 자아억제까지, 어쩔 수 없는 절제가 팽배해 있는 팬데믹 시기인데 마침 가을이 들어서고 있음이 감사하기 그지없다. 남김없는 비움과 내려놓음의 철학과 견해를 배우며 깃듦의 미학을 일상 속에 심어가야 할 때임을 되새김하며 해아림하도록 염려삼아 찾아온 것일 게다. 융숭한 가을을 향한 감사가 저절로 자생적으로 우러난다.

분망했던 마을이 한적한 시골 같다. 어찌나 적막한지 모랫바람이 이는 황량한 사막 같은 추풍삭막 마저 맴돈다. 쓸쓸함이 휘감기듯 음산한 허적함에 으스스 한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생존이 각박해서인지 아늑한 서림과 깃듦이 한층 그리워지나 보다. 깃드는 것에는 다사롭고 그윽한 침윤이 있어 마냥 머물러도 될 것 같은 평안이 질펀해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마음적 거리두기로 변질되어가고 코로나 불루로 인한 심약함이 또 다른 팬데믹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음이라 사람 사이에 깃드는 다사로움이 더는 소실 되지 않기를 바램하는 연정을 안고 가을이 깃든 것이리라. 정과 정의 깃듦이 어우러질 수 있는 평안과 윤택한 기쁨으로 승화시켜주기 위해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불안한 일상들에 온화한 밝음이 깃들 것이라는 소망을 품으며 깊어가는 가을에 깃들듯 탐닉하며 익숙해지리라

고운 색상으로 손수 만든 마스크를 친구로부터 선물 받았다. 친구 정성이 깃들어 있어 거리두기가 풀려나더라도 간직해두려 한다. 만드는 과정에서의 마음까지도 포근하게 서려있음 이리서 훗날에 가끔씩 꺼내보더라도 연유와 연륜의 사연과 따스함이 깃든 선물이라 오래도록 지니고 싶은 마음이 된다. 칩거하는 동안 자연의 풍경 앞에 나를 세워놓고 조용한 응시의 시간을 얻게된 것이 무엇보다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은둔의 시간들 속에서도 스산한 가을 운치와 교분을 나누며 계절이 찾아와준 당위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문화적 향수를 가까이 하려는 시도를 통해 작금의 시국과 별리된 향수의 깃듦을 누렸던 것 같다. 계절이 깃들 수 있도록 길마중 나서듯 가을을 반겼으니까. 푸른 새벽이 열리는 시간 앞에서, 깊은 어둠이 깃드는 시간 앞에서도 팬데믹과 코로나블루 회복을 위한 기도를 올린다. 일상에 훈기가 깃들기 시작하고 짙었던 팬데믹 가림막이 풀려나면 서로가 서로에게 깃들 수 있도록 마음과 마음의 자리를 내어줄 수 있기를. 그 자리 마련을 위해 망설임 없는 비움이 겸해져야 서로의 깃듦이 최상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네 삶에 깃들 수 있으리라. 보편적 평안의 상징 ‘깃들다’를 팬데믹 종료의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하는 마음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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