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가 가장 큰 원인

온라인 부동산 정보 업체 리얼터닷컴이 여론 조사 기관 ‘해리스 엑스’(HarrisX)에 의뢰한 설문 조사에서 지난해 절반이 넘는 첫 주택 구입자가 가족이나 친구로부터 다운페이먼트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약 26%의 첫 주택 구입자가 가족의 지원을 통해 내 집을 마련했다고 답했는데 불과 6개월 사이에 이 같은 비율이 두 배나 증가한 것이다.

부모의 지원을 통한 첫 주택 구입이 크게 늘어난 것은 최근 6개월 사이 급등한 주택 가격, 모기지 이자율 급락,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신용 악화 등이 원인이다. 리얼터닷컴의 대니얼 헤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 팬데믹이 첫 주택 구입 시장을 크게 변화시켰다”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원인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이자율 급락 첫 주택 수요 불 지펴

시카고 엑시트 스트래티지 리얼티의 닉 리버티 대표는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가 첫 주택 구입을 서두르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가 오르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해야 하지만 다운페이먼트로 마련된 자금이 충분치 않아 부모나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최근 약 2.7%(30년 만기)로 2년 전 약 5%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는데 첫 주택 구입자들이 내 집 마련을 서두르는 이유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자 브라이스 코리(24)와 그의 여자 친구는 덴버 지역의 35만 달러 미만 짜리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여러차례 오퍼를 내봤다. 수개월간 매물을 찾고 오퍼를 써내는 작업을 반복했지만 8~9차례나 다른 구입자와의 경쟁에서 밀려 번번이 쓴맛만 봤다. 

코리는 결국 경쟁력 있는 오퍼를 갖추기 위해 부모에게 1만 달러의 금액을 융자 형태로 빌리기로 했다. 이후 첫 주택 구입을 위해 주택 시장에 다시 뛰어들었지만 이번엔 눈을 씻고 봐도 마땅한 매물이 없어 내 집 마련을 잠시 미루고 미시건 주의 부모 집으로 일단 들어갈 계획이다. 

 

◇ 구입 경쟁 이기려면 부모 찬스가 ‘특효약’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의 중간 가격은 약 30만 9,800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약 13%나 치솟았다. 주택 재고 부족과 신규 주택 공급 감소가 주택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이다. 12월 매물의 시장 대기 기간은 불과 1.9개월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대기 기간은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이 전부 소진되는데 걸리는 기간으로 5~6개월이면 매물 수급이 균형적인 상황으로 판단된다. 지난해 12월 매물 시장 대기 기간은 1년 전의 약 3개월보다 더 단축된 것으로 현재 시장 매물 수급 상황이 극심한 불균형 상태임을 나타낸다. 

이처럼 극심한 매물 가뭄 현상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첫 주택을 장만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재정 지원이 특효가 아닐 수 없는 상황이다. 

 

◇ 올해 첫 주택 구입 폭증 전망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방 준비 제도’(Fed)는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 중이다. 이로 인해 모기지 이자율도 지난해 16차례나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현재까지도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발표된 모기지 이자율은 약 2.7%대로 1년 전에 비해 약 1% 포인트나 하락했다. 

모기지 저금리 행진이 이어지면서 밀레니엄 세대의 첫 주택 구입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주택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부모의 도움이 있다면 낮은 금리를 활용해 주택 구입비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결혼 시기를 미루고 부모 집에 얹혀살면서 첫 주택 구입 시기를 저울질했던 밀레니엄 세대 수백만 명이 곧 주택 시장에 쏟아져 나올 전망이다. 

해일 이코노미스트는 약 500만 명에 달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30대에 접어들고 곧 본격적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NAR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덴버 지역에서 매매된 주택 3채 중 1 채는 첫 주택 구입자의 손에 넘어갔을 정도로 이미 첫 주택 구입 비율이 높게 증가하고 있다.

 

◇ 피 튀는 경쟁 탓에 ‘눈 높이’ 낮춘 구입도 많아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더 이상 높은 임대료를 내며 대도시에 거주할 필요가 없는 점도 첫 주택 구입을 부추기고 있다. 대도시를 탈출해 교외 지역의 넓은 주택으로 이사 하려는수요가 첫 주택 구입자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부모 등의 지원을 통한 구입이 늘고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탓에 원하는 주택을 포기하고 눈 높이를 낮춰야 하는 경우도 많다.

조사에 따르면 첫 주택 장만을 위해 약 21%는 주택 가격이 저렴한 지역으로 주택 구입 지를 변경해야 했고 약 20%는 주택 구입 가격대를 높여야 했다. 

또 첫 주택 구입자 중 약 18%는 차고나 수영장, 개조 지하실 등 당초 원했던 매물 조건을 포기해야 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지난해 첫 주택 구입자 절반은 오퍼 경쟁에 밀려 마음에 드는 집을 장만하지 못했다.

 

◇ 형제나 친구에게도 손 벌려

해리스 엑스의 조사에서 지난해 첫 주택 구입자 중 약 44%는 주택 구입에 충분한 다운페이먼트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래서 약 50%가 넘는 첫 주택 구입자는 약 3년간 월급의 일부를 매달 다운페이먼트로 적립하며 주택 구입 비용 마련에 힘썼다.   

리얼터닷컴이 별도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약 18%에 해당하는 첫 주택 구입자들은 부모에게 다운페이먼트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약 12%는 형제에게, 약 8%는 친구에게 재정 지원을 받아 첫 주택 구입에 나섰다. 해일 이코노미스트는 “첫 주택 구입 타이밍이라는 판단에 부모나 가족의 도움을 받아 서둘러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구입자가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준 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