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이라도 속이 미식거리고 울렁거리면서 머리가 아프다면, 체했거나 멀미할 때 머리가 아프다면 편두통입니다. 편두통과 소화기 증상 둘 다 신경계 문제인데 통증으로 구토중추, 소화기 신경계가 자극을 받기 때문이죠. 특히 여성 편두통 환자는 속이 굉장히 불편하고 과민성 대장 증상, 불면증, 우울증, 목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민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부회장)는 “두통으로 일반 병·의원을 찾는 환자의 50%, 제가 진료하는 두통 환자 대부분이 편두통인데 편두통인지 모르는 분들이 적지 않다. 염증성 대장질환(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류마티스 질환자도 대개 두통을 동반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할 땐 출산 고통보다 통증점수 높아

약 안 듣거나 주 2회 이상 아프면

예방약 복용 두통 횟수·강도 줄여야

 

편두통은 뇌 주변 혈관 및 신경의 기능이상으로 심장이 뛰듯 욱신거리는 박동성 통증이 머리의 한쪽 또는 양쪽에서 발생한다. 지끈거리고 고통스런 두통이 4시간 이상 이어지고 절반 정도의 환자에서 구역·구토·어지럼증이 동반돼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초래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빛·소리에 의해 편두통이 심해지는 환자도 있다.

앞서 대한두통학회가 11개 상급종합·종합병원 신경과를 찾은 편두통 환자 207명을 조사했더니 70% 이상이 평소에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통증점수(NRS Score) 5점 이상의 통증을, 심할 때는 출산의 고통(7점)을 웃도는 평균 8.8점의 통증을 느낀다고 답했다. 우울감을 느끼거나 신경질적이 되고 화를 자주 낸다는 응답자도 60%를 웃돌았다. 4명 중 1명은 불면증·불안 증상을 경험했다. 이들은 월 평균 12일 이상 관련 증상으로 고통받고, 학습·작업능률이 4일 이상 50% 이하로 떨어지고, 하루는 결석·결근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편두통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57만명(여성이 71%)으로 2015년 51만명보다 12%증가했다. 연령층별로 진료인원이 고른 편이지만 40~50대가 39%로 가장 많고 30대 이하 35.5%, 60대 이상 25.5% 순이었다.

치료는 편두통이 발생하거나 발생하려고 할 때 최대한 빨리 약을 복용해 두통과 동반 증상을 경감시키는 ‘급성기치료’, 편두통이 잦을 경우 그 빈도·강도를 50% 이상 줄이기 위해 매일 규칙적으로 예방 약을 복용하는 ‘예방치료’를 주로 한다.

아플 때 통증과 동반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먹는 급성기 약은 주 2일 이상 복용하면 약효가 떨어져 ‘약물과용 두통’을 유발하거나 약을 끊을 경우 두통이 더 심해지는 문제가 있다. 이런 환자는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 주 교수는 “급성기 약을 먹어도 2시간 안에 편두통이 사라지지 않는 등 통증 조절이 잘 안 되거나 주 2일 이상 편두통에 시달린다면, 벼락두통이 오거나 전과 다른 두통 증상이 나타났다면, 두통이 점점 심해지거나 약하게라도 계속 두통이 있다면 반드시 진료를 받고 예방치료 등 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예방치료와 관련, 대한두통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는 2개월 이상 지속한 뒤 효과를 판단하고 효과적인 경우 3개월 이상 지속 후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것을 시도할 것을 권한다. 주 교수는 “대략 6개월 정도 예방약을 먹으면 절반 이상이 약을 끊을 수 있는 상태로 호전된다”며 “다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잠을 못자거나, 출산 등으로 인해 상태가 다시 나빠질 수 있고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계속 복용하길 원하는 환자도 있다”고 했다.

예방약은 급성기 약과 달리 중독성은 없다. 1차 예방약은 불안(베타차단제), 우울(항우울제), 고혈압(칼슘길항제) 등 동반 증상에 따라 적절한 것을 선택하며 흔히 2~3가지를 함께 쓴다.

치료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급성기 약과 예방약은 단일 약물의 경우 각각 50% 안팎 듣는다. 안 들으면 약을 바꾸거나 몇 가지 약을 조합하면 반응률이 80% 수준까지 올라간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약이 안 듣는 20%의 난치성 편두통 환자에겐 보톡스 등을 주사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9년말 국내 진입한 항체치료제는 이런 상황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뇌막과 두피, 얼굴에서 시작되는 3차신경 연결부위(3차신경절)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가 많이 방출되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편두통이 발생한다. 항체치료제는 CGRP에 붙어 이 과정을 억제한다. 지금은 릴리의 ‘앰겔러티’만 처방할 수 있지만 올 가을에 또 다른 항체치료제가 도입되면 난치성 편두통 치료의 선택폭이 커진다.

주 교수는 “앰겔러티가 난치성 편두통 환자 100명 중 75명에게 효과를 보이고 안 듣는 25명 중 30%가량은 다른 항체치료제가 듣는다는 미국의 임상연구 결과를 감안할 때 최종적으로 약이 안 듣는 난치성 환자는 머잖아 5%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