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5)씨는 최근 코로나19 유행으로 바깥 출입이 적어 답답한 마음에 친구들과 등산에 나섰다. 등산 도중 숨이 가빴지만 별 탈 없이 잘 마쳤다. 하지만 이후에 계단을 오르거나 조금만 운동을 해도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찼다. 증상이 점점 더 심해져 누워 있기만 해도 숨이 가빠졌다.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은 결과‘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이었다.

 

‘심장 질환 치료 전문가’인 김대희ㆍ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이들은“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을 치료하려면 가슴을 여는 개흉 수술밖에 치료법이 없었는데 올해부터‘클립’으로 벌어진 승모판막 부위를 집는 간단한 시술법이 국내에서도 가능해졌다”며“다만 이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큰 것이 아쉽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은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치료를 위한‘클립을 이용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낯선 질환인데.

하루도 쉬지 않고 뛰는 심장은 4개 방(좌심방ㆍ좌심실ㆍ우심방ㆍ우심실)과 4개 판막(승모판막ㆍ대동맥판막ㆍ삼첨판막ㆍ폐동맥판막)으로 구성돼 있다. 판막은 방 사이의 문(門)이다. 계속 열리고 닫히면서 일정하게 혈액이 흐르도록 통제한다.

심장 판막 질환은 4개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작용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병이다. 판막이 열리기는 하는데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폐쇄부전증, 판막이 좁아져 잘 열리지 않으면 협착증이라고 한다.

폐쇄부전증은 4개 판막 가운데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 있는 승모판막(僧帽瓣膜ㆍmitral valve)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승모판막이라는 이름은 그 모양이 가톨릭 주교가 쓰는 모자(mitreㆍ僧帽)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승모판막은 4개의 심장판막 가운데 가장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아주 가는 끈이 40~50개 연결돼 심장 수축과 이완에 의해 당기고 풀어지면서 닫히고 열린다. 이들 끈이나 주변 구조물들 가운데 하나라도 고장 나면 기능이 떨어진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쉽게 말해 승모판막이 여닫이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앞으로 가야 할 혈액이 뒤로 새면서 발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혈액이 역류돼 계단을 오르거나 운동이나 등산할 때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가쁜 증상이 나타난다. 방치하면 점점 더 증상이 심해지고 누워 있기만 해도 숨이 가쁘고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은 왜 생기나.

한마디로 나이가 들면서 심장 판막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심장은 매일 10만 번 가까이 뛰기 때문에 70~80년 사용하면 판막에 퇴행성 변화가 생기게 된다.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대다수지만 유전적 원인으로 20대 젊은이에게도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 환자는 4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에서 2~3%, 75세 이상에서는 7~8% 정도가 환자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을 방치하면 심부전과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고, 뇌졸중이나 돌연사로 이어질 수 있다.

승모판막 폐쇄부전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혈압을 낮추는 약물이나 가슴을 여는 개흉 수술로 낡은 판막을 다듬거나(성형술) 인공판막으로 바꾸는 방식(치환술)밖에 없었다. 게다가 80세 이상 고령이거나, 폐ㆍ콩팥ㆍ간 등 다른 장기 기능이 떨어졌거나, 당뇨병ㆍ고혈압ㆍ만성콩팥병이 있거나, 암 수술이나 이식 등 다른 큰 수술을 앞뒀다면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이 같은 방법도 한계가 있었다.

-수술하지 않고 간단한 시술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는데.

3~4시간 걸리는 수술로도 치료할 수 없는 환자를 위해 가슴을 열지 않고 간단히 시술로 치료하는 방법이 올해 1월에 국내에 도입됐다. 바로 ‘클립을 이용한 경피적 승모판막 성형술(TMVrㆍTranscatheter Mitral Valve Repair)’이다. 

이 같은 ‘승모판막 클립 시술’은 가느다란 관을 대퇴정맥을 통해 심장까지 밀어 올린 뒤 3D 심장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1~2개의 ‘클립’으로 벌어져 있는 승모판막을 집어주는 것이다. 시술 시간은 2~3시간 정도 걸리고, 시술 2~3일 내에 퇴원한 뒤 곧바로 활동할 수 있다.

승모판막 클립 시술은 미국ㆍ유럽 등에서는 2003년 이후 최근 10년 동안 활발히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신 의료기술로 인정받아 올해 1월 서울아산병원에서 최초로 시행된 후 주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시술이 늘고 있어 그동안 수술하지 못했던 중증 승모판막 폐쇄부전증 환자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다만 아직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 부담이 큰 것이 아쉽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